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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하루여행- 당신에게 주는 선물

by 푸른가람 201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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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폈을 때의 불편함은 서서히 사그라 들었다. 이한규가 지은 <하루여행>이란 책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그저 여행이란 단어에 끌렸고,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다 풍경이 마음에 와 닿았던 탓에 별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랐던 것이다. 사실은 이 시원스런 바다가 내가 얼마 전에 다녀온 신두리 바닷가란 것도 책을 읽으며 알게 됐을 정도였으니.

 

불만은 이런 것들이었다. <하루여행>이란 책은 한시간에서 다섯 시간 거리의 여행거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기준점이 서울이란 것 때문에 우선 기분이 나빴다. <하루여행>이란 제목에서 우리는 가볍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할 것이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기어코 서울에서 가깝게는 한 시간 거리, 멀게는 다섯 시간 거리 등으로 구분을 해서 이 나라의 중심이 서울이란 걸 강조하고 싶었을까 하는, 지방민의 컴플렉스라고나 할까.

 

또 하나, 이건 순전히 개인적 취향 탓이다. 나는 여행 에세이를 무척 좋아 하지만, 반드시 풍경이 중심이 되어야만 한다. 손쉽게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에서부터 해외 극지탐험까지 이제 여행은 보편화가 됐다. 여행에 관련된 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간된다. 여행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세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익한 책'들도 많이 나오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있는 책들이 좋다.

 

 

<하루여행>은 그런 면에선 나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이 책에는 숨겨진 비경을 자랑하는 여행지 보다는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여행지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커피는 그저 아메리카노만 마시면 나같은 문외한들이 썩 내켜하지 않을 전국 각지의 카페들을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솔직히 내 관심사는 아닌 것이다.

 

다행이 것은 내가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는 좀 안다는 거다. 카페에 가서 커피만 마시는 것은 아니잖은가.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선율에 지친 마음도 잠시 쉬어갈 수 있고, 간만에 읽고싶었던 책을 여유롭게 읽을 수도 있는 곳.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고는 무심히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그림같은 풍경에 현혹되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볼거리를 소개되어 있어 이채로웠다. 특히 북카페는 물론 자주 접할 수 없는 헌책방을 소개해 준 것은 고마웠다.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보물처럼 숨어있던 책을 발견하는 순간, 가끔 헌책방을 들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뒷골목으로 밀려난 헌책방들이 우리 주변에서 더 이상 밀려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지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곳도 있겠지만, 역시 정말 좋은 곳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감흥을 안겨주는 것 같다. 큰 기대 없이 갔었던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야 말았던, 그날의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 <하루여행>을 끝마치는 기분이 따뜻할 수 있어서 무척 다행스러웠다. 당신의 '일상'을 '이상'으로 바꾸는 아주 특별한 하루여행을 다시 떠나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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