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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23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최갑수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에도 한 타임을 놓치고서야 반디앤루니스에 주문을 했다. 몹시 부지런을 뜨는 느낌이다. 지난해 1월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에 이어 7월에는 '당신에게 여행'이라는 가벼운 여행 에세이까지 펴내더니 1년도 채 안돼 새로운 책을 펴 낸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그의 글과 사진은 또 그러할 것이다. 그럴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책의 제목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이다. 제목, 맘에 든다. 2013. 7. 10.
즐거운 농락 - 허봉조 에세이 한참 전에 책 한권을 선물로 받았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이 낸 첫 수필집이었다. 맨 앞장에 '나의 천군만마'라며 친히 싸인까지 해주신 자상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두다 이제서야 책에 실린 글들을 찬찬히 읽어 볼 수 있었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척하지 않아서 읽기에 좋은 글들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읽었던 글도 있었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몽골, 러시아, 일본, 유럽 등을 여행하며 겪었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길 위의 학교'라는 여행의 달콤함이 묻어난다. 책에는 쉰 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1956년에 태어나 올해로 쉰 여섯의 나이가 된 작가의 '센스'가 느껴진다. '인생의 릴레이경기' 라는 글.. 2012. 10. 17.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오랜 기다림 끝에 이병률의 두번째 여행 산문집이 나왔다. 책을 주문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손에 쥘 수 있었다. 기다림의 연속 끝에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라는 마음에 드는 제목과, 깔끔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표지를 가진 책을 만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 오랜 기다림의 허기를 채우고 싶었던 것인지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난해했다. 몇 시간만에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첫 느낌은 딱 이랬다. 물론 시인의 글에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 축약이 들어 있어서 긴 호홉으로 여러 번을 들여다 보아야만 지은이의 속마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법이긴 하다. 그의 전작 '끌림'을 통해 시인의 언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에 깊이 매료되었던 내게 이번 책은 확실히 '공감' 면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특이.. 2012. 7. 15.
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글이란 것이 이래서 참 좋은 것 같다. 이제는 고인이 된 분의 체취를 이렇게나마 뒤늦게 책을 통해서 맡을 수 있으니 말이다. 故 박완서 선생님의 기행 산문집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지난 2005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한참이나 늦게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내 취향 탓이었다. 문필로 치자면 국내 어느 작가에게도 뒤질 것이 없느니만큼 과연 그 분은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느꼈을까가 무척 궁금했다. 일반인 혹은 여행작가가 아닌 순수 문학인의 손끝에서는 얼마나 주옥같은 작품이 탄생할까 기대도 사실 컸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이 평소 즐겨 찾던 국내 여행지와 몇차례의 해외 여행에서의 소회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역시 아름다운 우리땅의 여행 기록에 눈길이 간다. 남.. 2012. 5. 2.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내 이야기이면서도 내 이야기가 아닌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제목은 내가 바라보는 나를 참 적나라하게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쎄, 그럼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뭘 의미하냐고 물어온다면 그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히 대답하기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난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단지 나이를 먹고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집을 장만하고, 큰 자동차를 굴리고 하는, 어찌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인생의 일정을 밟아가고 있는 걸 얘기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인생이 한없이 서글프게 느껴질 테니까. 그렇다면 이런 정의는 어떨까? 더 이상 꿈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 2012. 4. 8.
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났다.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며 그림 이야기를 해왔던 손철주의 에세이 '꽃 피는 삶에 홀리다'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처럼 마치 책 속에 담긴 글에, 그림에, 시에 홀린 기분이다. 등 이전에 나온 그의 책을 미처 읽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그래서 더 커진다. 이 책은 크게 세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장은 책의 제목과 같은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제2장은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봄날의 상사를 누가 말리랴'는 이름을 제각기 달고 있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첫 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일상의 담백한 이야기와 느낌이 담겨있는 것이 좋다.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가련하다, 한 해의 봄날이여 오고.. 2012. 4. 1.
봄을 기다리게 하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2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말들아, 풍경을 건너오는 저 새 떼처럼 내 가슴에 내려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한글로 씌어진 가장 아름다운 우리 에세이'란 문구를 달고 나왔을까. 하긴 작가 김훈의 아름다운 문장과 깊고 넓은 인문학적 지식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하다. 몇권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읽으며 나 역시도 그 광고 문구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순간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해 낼 수 있다니. 김훈이 그의 자전거 '풍륜'을 타고 떠난 두번째 자전거 여행은 여행의 무대가 좁은 범위에 국한된다. 1권이 깊은 산속에서부터 남도의 땅끝 바닷마을까지 우리땅의 구석구석을 책에 담고 있어서 좋았는데 실제로 가보지 못.. 2012. 2. 26.
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낮잠이란 단어는 자연스레 여유로움과 나른함을 불러오는 듯 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부채질 속에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던 낮잠의 기억이나 지독스럽게도 더웠던 1994년 여름 강원도에서 보냈던 군대시절의 꿈처럼 달콤했던 오침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여름 무더위 보다 몇배는 더할 인생에도 이런 달콤한 낮잠을 한숨 자줘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낮잠'은 두번째 읽게 되는 후지와라 신야의 에세이다. 얼마 전에 란 책을 읽고 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다시 그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문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인 후지와라 신야가 CREA라는 일본 여성지에 연재했던 여행과 사진에 관한 서른여섯 편의 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펴 낸 것이다.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이라는.. 2012. 1. 26.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일본의 유명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가진 이 일본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 출간된 원저의 제목은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인데 이 역시도 무척 인상적이긴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스타일의 책이다. 사진을 매개로 한 일상의 삶을 관조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의 글. 이 책에는 모두 열 네편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글들이 일본에서는 한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잡지나 신문에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있었다는 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에 .. 2011. 7. 31.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제목의 이 산문집은 박완서님의 마지막 에세이다. 최근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는 제1부 내 생애의 밑줄, 2008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은 제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 등 그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세 분에 대한 이야기인 제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나누어져 있다. 책머리에서 그녀는 생애의 마지막에서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 행복하다 썼다. 글쓰기는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그녀를 구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하니 하늘나라로 떠나셨어도 그곳에서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을 끄적이고 계시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 끌리게 된 건 아마도 제목이 주는 힘이 컸을 것이다. 못 가본 .. 2011. 3. 11.
10년의 세월 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뒤쫓다 모처럼의 서울 출장길. 오가는 KTX에서의 4시간을 의미없는 잠으로 떼우기는 아쉬울 거 같아서 동대구역 서점에서 책을 골라봤다. 그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은 최갑수의 책을 고르고 고르다 직원에게 검색까지 부탁했지만 역시 작은 규모의 책방이다보니 책이 없었다. 그나마 검색되는 2권도 이미 내가 읽은 책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에서 어떤 느낌을 나누길 좋아하기에 그런 스타일의 책을 찾아봤다. 두리번 거리다 '자전거 여행' 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이를 보니 김훈이다. 김훈? 남한산성, 칼의 노래를 지은 소설가 말인가? 책 표지 다음장의 케리커쳐를 보니 내가 알고 있던 희끗한 백발의 김훈 작가는 분명 아닌 듯 보여서 동명이인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대구서 서울로, 서울에서 과천을 .. 2011.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