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광수생각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던 박광수가 5년만에 쓴 카툰 에세이. 박광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까지 찍었다. 원래 만화가 인데다 글쓰는 재주까지(엄청난 문장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새로운 장르인 사진에까지 도전장을 냈나 싶어 특히나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글쎄..사진들은 제목처럼 서툴지는 않다. 그 어떤 사진 전시회에 걸릴 작품들에 어울릴만한 것들은 아니지만 일상의 느낌을 잘 담아낸 것 같다. 나만의 느낌인 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외롭고 애잔해 보인다. 일년도 훨씬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들, 공감할 수는 있어도 가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그 이야기들이 지금은 구구절절히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다. 그때는 그저 상투적인 표현같아 보이던 것들이 이렇게도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뚱뚱하고 변변찮은 컴플렉스 덩어리라는 박광수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서툰 인생과 서툰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서툴다. 누구는 사랑에 서툴고, 누구는 공부에 서툴고, 누구는 처세에 서툴다. 사람이 모든 것에 완벽할 순 없을텐데도 우린 서툰 그 무엇 때문에 주눅들고 의기소침해 진다. 광수가 생각했듯 조금만 자신에게 관대해 지면 어떨까.
그는 '서투름의 미학'이란 말로 서툴렀지만, 그랬기에 순수했고 두근거렸던 그때를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 모두 그런 때가 있었다. 혹은 지금 그런 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투른 오늘을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느낄 수 없기에 몹시도 그리워 질 오늘을 만끽하라 충고한다.
나이 사십을 불혹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불혹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원치는 않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난 '부록'이라 얘기한다. 그것도 별책 부록이라고..이건 순전히 내 창작물이라 여겼지만 박광수도 똑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부록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인 지도.
보통은 그렇다.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접어드는 그 즈음 누구나 센티멘탈해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흥얼거리고 마치 세상이라도 끝난 것처럼 심각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 지나고 보니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서른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박광수가 일컫기를 마흔은 서른이 다시 되고 싶은 나이라고 했는데, 나이 오십이 되면 또 이때가 그리워질런지도 모르겠다.
"나이 마흔에 잠깐
불혹, 부록 같은 삶.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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