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이라는 다시 거창한 제목의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간의 7개월에 걸친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단숨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할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사회와 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문제, 권력 등 다소 무겁고 포괄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뭔가 손에 잡히는 시원스러움이 느껴져 좋았다.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나는 진보의 편에 서 있는가, 아니면 보수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탓에 진보를 꿈꾸기도 하다가 바로잡을 수 있는 힘과 열정의 부재에서 오는 무기력함에 보수의 안락함에 젖어들기도 하는 것이 나,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인가.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진보, 제대로 된 보수가 이 사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헷갈린다. 자신을 보수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에게서는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개혁의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진보주의자들에게서는 지금 당장의 배고픔과 일자리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조국 교수는 2012년, 혹은 늦어도 2017년에는 빼앗긴 정권을 다시 진보세력이 잡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 진보정권 10년의 실패에 대해 성찰해 보고 왜 우리는 진보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이며, 또한 국민들에게 '진보가 밥먹여준다'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300여쪽에 달하는 책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담론들에 대한 공감 보다도 책 말미에서 인용한 나폴레옹의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는 얘기가 가슴을 친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 희망의 파랑새는 어느 숲에서 홀연히 날아와 줄 것인가.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희망을 온전히 우리가 가지려면 그걸 파는 지도자를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을 갖춘 정치인을 지도자로 성장시켜 주어야 하겠다는 아주 당연한 깨우침을 얻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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