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라는 이름은 내게 참 익숙하다. 나 뿐만 아니라 야구를 왠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20년 동안 치고 달리고 던지고, 온통 야구에만 푹 빠져 살던 부산 사나이 추신수가 이번에 책을 펴냈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추신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듯 그 속에는 화려했던 영광의 기억도 있을 것이며, 홀홀단신 미국으로 떠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아픈 기억도 있다.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글을 통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동안 만리타향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홀로 견디며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왔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감히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만수 코치(SK 와이번스)가 미국 코치생활 도중 국내에 들어왔을 때 만나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다. 언제나 유쾌하고 신앙심이 투철하기로 유명한 그 분 조차도 "홀로 숙소에 돌아와 샤워기를 틀어 놓고 울었던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며 미국 마이너리그 코치 생활의 고통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그 곳 생활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는 있었기에 인간 추신수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야구명문 부산고 출신의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유망주였던 그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국내 프로야구 입단을 포기하고 2001년 이치로가 뛰고 있던 시애틀 매리너스에 타자로 입단하게 된다.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 게임에 세차례나 출전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이제나 저제나 메이저리그 입성을 기다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5년 6개월의 기다림 끝에 2005년 5월 최희섭에 이어 한국인으론 두번째로 메이저리그 타자로 데뷔했지만 시애틀에선 그의 자리가 없었다. 그 다음해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기면서 마침내 추신수의 진가가 드러나지만 이내 부상이 또 발목을 잡았다. 길고 고통스런 재활훈련이 그를 기다렸지만 그 시련마저도 추신수의 굳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2009년 그는 드디어 주전을 꿰차며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2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데다 2010년에는 '올해의 파이브툴 플레이어' 후보 6인에까지 올랐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파이브툴 플레이어라는 호칭은 야구 선수에겐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타격의 정확성, 파워, 수비, 송구능력, 주루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런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신수는 욕심쟁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선구안, 팀 공헌도, 성품까지를 모두 갖춘 에잇툴 플레이어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고 하니 올시즌 또 한단계 성장한 추신수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덕분에 병역혜택을 받게 돼 추신수는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엄청난 행운이겠지만 그마저도 그가 지금껏 변함없이 유지해 온 굳건한 의지와 신념,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에 감복한 하늘이 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작은 체구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해 온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족적을 남기게 될 지 궁금하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단 야구선수로서가 아닌 인간 추신수로서 변함없이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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