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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폐광산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일월산 자생화 공원

by 푸른가람 201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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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산 자생화 공원을 알게 된 건 2년쯤 전이었습니다. 울진으로 발령을 받은 후 근처에 다녀볼만한 곳이 없나 궁리하던 차에 일월산에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 무렵 야생화 사진 찍는데 큰 관심을 갖게 되던 때였던 지라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차를 몰아 이곳을 찾았습니다.



무지하게 더운 한여름이었습니다. 그것도 점심을 먹고 한창 더울때 이곳을 찾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지요. 인터넷에 나와 있는 내용에 너무 큰 기대를 가졌던 탓이었을까요. 실제 가본 일월산 자생화 공원은 사실 실망스러웠습니다.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 같던 야생화는 그 종류도 많지 않았고 한여름 뙤약볕을 가릴만한 공간도 그리 많지 않았지요.



물론 야생화라는 게 일년 열두달 피는 게 아니니까 그 계절마다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또 아침에 피었다 지는 꽃도 있고, 저녁 해질 무렵 잠시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 이내 종적을 감추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자생화 공원이 실망스럽다기 보다는 때를 잘못 맞춰간 제 탓이 더 큰 것이 아닐까..글을 쓰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이 일월산 자생화 공원은 살펴보면 뜻깊은 공간입니다. 원래는 이곳이 폐광산이 있던 자리입니다. 1930년대부터 해방 때까지 일제가 일월산에서 금, 은, 동, 아연 등 지하자원을 채굴하여 제련소를 운영하였는데 이곳에서 나온 폐광석 찌꺼기 등으로 인해 토양과 인근 계곡이 오염되어 풀 한포기, 물고기 한마리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방치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영양군에서 2001년도에 폐광지역 오염방지사업을 실시해 폐광산을 완전 밀폐시키 매립한 후 이곳을 객토하여 공원으로 조성한 것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 공원이라고 자랑하긴 하던데 솔직히 의아스럽긴 합니다. 어찌됐건 죽음의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저 멀리 폐광산이 있던 흔적이 보입니다. 지금은 그 위에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한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한번 시도해 보려다가 더위에 쓰러질 거 같아서 엄두를 내보진 못했습니다만 봄, 가을로 가게되면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그때면 더 많은 이 땅의 야생화들이 저를 반겨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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