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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졸전을 명승부로 뒤바꾼 박한이의 쓰리런 홈런

by 푸른가람 201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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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박한이가 타석에 들어설 때 왠지 느낌이 좋더군요. 뭔가 해 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는데 결국 플레이오프 1차전은 박한이가 공수에서 북치고 장구친 삼성이 두산에 극적인 1점차 역전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네요. 8회말 박한이의 기적같은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며 명승부로 포장되긴 했지만 사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삼성의 졸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졸전의 원인에는 선동열감독의 책임도 커 보입니다. 특히 차우찬에 이어 위기 상황에서 정인욱을 등판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아무리 감독의 전권이라고 해도 이건 누가 봐도 실책입니다. 정현욱, 권오준, 안지만 등 최고의 불펜을 갖고도 겨우 1점차 상황에서 경기를 지레 포기한 게 아니라면 당연히 정인욱이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결국 정인욱이 위기 상황에서 두산 타자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점수차가 2:5로 벌어진 후 삼성 타선은 이렇다할 힘을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한 공격을 펼치며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뭔가 반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 대타로 내세운 선수들은 삼진이나 범타로 허무하게 물러나더군요. 오늘 경기는 정말 박한이가 아니었다면 선동열감독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을텐데 역시 선동열 감독은 타고난 운장인 것 같습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그것도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갈리는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출발부터가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뭐랄까 역시 경험 부족을 드러내더군요. 선동열감독은 삼성 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아 1차전 선발로 기용했다는 얘기를 했지만 부담감이 어깨를 짖눌러 구위가 제대로 살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4이닝동안 볼넷 5개와 안타 5개를 허용하며 무려 5실점 하는 등 전반적인 투구내용은 부진했지만 차우찬으로서도 좋은 경험을 한 셈입니다. 투수는 구위 만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충분히 상대를 압도할 만한 공을 가지고 있어도 우선은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초반 실점의 위기를 박한이의 멋진 홈송구로 막아냈지만 계속되는 제구력 난조를 버티기는 어려웠습니다. 페난트레이스에서 10승을 올리며 승률왕 타이틀을 차지한 차우찬이지만 역시 페난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다릅니다. 안타를 다섯개 맞은 것보다 사사구를 5개나 허용하는 등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선동열감독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5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오늘의 부진을 거울 삼아 다음 등판때는 자신감을 회복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5차전을 치르며 투수들의 체력은 고갈되고 있지만 두산 야수들의 경기 감각은 여전히 좋아 보였습니다. 반면 페난트레이스 후 오랜 휴식기간을 가진 삼성은 역시 경기감각이 많이 무뎌져 있더군요.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격감이 부진한 상황이고 수비에서도 빈 틈이 많이 보였습니다. 양팀 모두 포수의 도루 저지능력이 많이 떨어져 두산과 삼성의 기동력 대결이 이번 시리즈에서 또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으로선 오늘 경기를 놓쳤다면 자칫 두산의 상승세에 눌리며 고전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 막판의 역전승 덕분에 사기가 한층 올라가게 됐습니다. 2차전 부터는 경기감각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여지는만큼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두산은 주축 투수들을 총동원하고도 정재훈이 또한번 결정적 홈런을 허용하는 불운에 울며 앞으로 투수진 운용에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양팀은 2차전 선발로 배영수(삼성)와 히메네스(두산)을 각각 예고했습니다. 히메네스야 당연히 2차전 선발로 예상이 됐지만 배영수는 다소 의외입니다. 당초 장원삼이 2차전 선발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배영수의 구위가 좋다거나, 아니면 장원삼이 부진한 것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배영수가 또한번 정상의 자리에서 포효할 수 있을지 여러모로 기대되는 2차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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