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푸른 숲과 시원스런 물소리로 가득한 승보사찰 송광사

by 푸른가람 2010. 8. 6.
728x90

3년쯤 전이었던가. 전라도 쪽을 홀로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이름난 명소가 많은 순천에 들러 낙안읍성, 순천만 등을 구경하고 나니 또 시간이 빠듯했다. 남은 곳은 송광사와 선암사.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 끝에 그 유명한 승선교를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에 선암사를 선택했었다. 물론 그 선택은 훌륭한 것이었지만 아쉬움도 컸다.






계곡 아래에서 이런저런 구도로 승선교의 아름다움을 담아 보려고 애쓰던 그날의 기억이 난다. 입구에서부터 선암사에 이르는 산길의 느낌도 좋았다. 계곡을 따라 거닐며 맑은 공기와 푸른 신록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활력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옥의 티가 있었다면 경내에 이런저런 공사로 어수선했다는 정도. 그래서 선암사를 다녀왔지만 대웅전이며 여러 전각들의 사진은 남아 있지가 않다. 그 끝이 보이지 않던 해우소도 생각난다. 오금이 저려 제대로 볼일이나 볼 수 있을까 하며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돌아왔었다.







선암사에 밀려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순천 송광사엘 3년만에 찾았다. 나름 큰 다짐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지만 송광사에 도착하니 어느새 이미 날이 훤해졌다. 떠 죽어도 좋으니 하늘이 파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장마끝 날씨라 비가 오락가락, 날씨마저 도와주질 않는다.
 






차를 타고도 송광사 일주문 앞까지 당도할 수 있지만 일부로 걸어가는 길을 택했다. 빠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으니까. 며칠전에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물이 더욱 세차게 흐른다. 그 엄청난 소리는 세속의 잡소리들을 모두 삼켜버릴 듯 하다.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난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 걸어가다보면 송광사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파란 바탕에 씌어진 송광사 현판은 조금 이채롭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시원스런 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서양 중세 성곽처럼 물로 단절되어 있고, 두 곳을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놓여있다. 이 곳이 바로 사진으로 접했던 그 유명한 송광사의 삼청교와 우화각이다. 마음으로 그리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나도 잠시 모든 걸 놓고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만 보았다.










송광사는 흔히 승보사찰이라고 부른다. 보조국사의 뒤를 이은 진각국사부터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180년 동안 무려 16명의 국사를 배출하는 등 이름난 스님들이 이곳 송광사에서 수행을 하면서 승보사찰의 지위를 굳히게 됐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를 불보사찰,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가야산 해인사를 법보사찰, 그리고 이곳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 해 우리나라의 3보 사찰이라고 한다.






송광사의 창건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보면 신라 말기에 혜린이란 스님이 마땅한 절을 찾던 중에 이곳에 이르러 산 이름을 송광이라 하고, 절 이름을 길상이라 하였다 한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사찰이었으나 이후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사를 이곳으로 옮겨 와 수선사라 부르고 대찰로 중건하였다. 송광산이라 부르던 산 이름도 조계종의 중흥도량이 되면서부터 조계산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해 지금도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삼보사찰에 걸맞게 송광사는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역시나 승보사찰에 걸맞게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다. 스님의 수행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지만 왠지 '닫힌 사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 닫혀진 문 안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모든 번뇌가 사라질 것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비록 가고싶은 곳을 들어가 볼 수 없는 답답함은 있지만 송광사는 삼청교와 우화각, 그리고 그 아래를 쉼없이 흐르는 계곡의 물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걸어오는 아름다운 숲길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등산로가 있다고 하니(물론 길은 좀 험하다는 얘기가 있다)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두 고찰을 맘껏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