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은 태백산지의 수비분지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입니다. 길이는 60.95km, 유역면적 513.71㎢로 비교적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피천 발원후 경사가 급한 동사면으로 유입하면서 하천의 양안이 하방침식(下方浸蝕)에 의하여 대칭적으로 깊은 골짜기를 이뤄 계곡이 깊고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은 차량 접근이 불가능하여 자연 그래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왕피천이 지나는 곳에 왕피리가 있습니다. '王避'라는 지명은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삼국시대 이전 삼척과 울진지역을 지배하던 실직국의 왕이 강릉지역을 지배하던 부족국가 예에 쫓겨 피난왔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만큼 골이 깊고 길이 험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현재 왕피리 일대에는 지난 1994년부터 정착한 한농복구회를 중심으로 12개 마을 1,000여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오지이긴 하지만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친환경 유기농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하천의 길이는 짧지만 왕피천에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를 비롯하여 연어, 황어 등 어종이 풍부하며, 매년 연어 치어 방류행사가 왕피천 하류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류 뿐만 아니라 이곳 왕피천 일대에는 산양, 수달, 사향노루 등의 다양한 멸종위기동물과 산작약, 노랑무늬붓꽃 등의 멸종위기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왕피천 유역은 불영계곡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금강송군락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피천을 찾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울진군 근남면에서 성류굴 방향의 도로를 따라 하류에서 올라가는 방법, 영양군 수비면에서 장수포천을 따라 상류에서 내려가는 방법, 울진군 서면 삼근리에서 박달재를 넘어가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만 그 어떤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한꺼번에 왕피천 전체를 둘러보기는 어렵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생태의 보고인 왕피천 유역의 우수한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정부 차원의 보전대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왕피천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의 관심도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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