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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선동열에게 양준혁은 계륵인가

by 푸른가람 2010.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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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륵(鷄肋)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는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말

천하의 양준혁을 두고 계륵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 조차 조심스럽지만 요즘 양준혁의 신세가 닭갈비 보다 별로 나아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1969년 5월생으로 우리나이로 치자면 올해 나이가 벌써 마흔두살. 예전 같으면 코치나 하고 있을 나이지만, 여전히 그는 그라운드를 뛰고 달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분명 그만한 능력도 아직은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은 친다던 전성기는 이미 지났고, 한해 두해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의 기세가 드세다.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치열한 생존의 무대였지만, 1993년 프로 데뷔 이후 지금껏 그 정글을 잘 헤쳐왔다. 프로 통산 첫 2,000안타의 대기록은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야구를 향한 열정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양준혁이 올해 또 한번 고비를 맞고 있다. 사실 양준혁의 야구 인생에서 위기는 여러차례 찾아왔다. 1999년 삼성에서 버림받고 해태로 트레이드 될 때는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한 그였다. 이후 해태를 거쳐 LG까지 팔자에도 없는 저니맨 생활까지 한 후, 극적인 U턴으로 친정에 복귀한 2002년 양준혁은 생애 처음으로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다.

이승엽, 마해영과 전설적인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었던 양준혁이었기에 한국시리즈의 두 영웅 이승엽, 마해영과 쉽게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그해 그가 기록한 2할7푼6리의 타율은 그 전해 LG에서 타격왕을 차지했던 3할5푼5리에 비하면 거의 8푼 가까이나 떨어진 수치였다. 당연히 주변에서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한물갔다"는 주변의 모진 소리가 오히려 약이 되었던 것일까. 이듬해 양준혁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3할2푼9리의 고타율에다 무려 33개의 홈런, 92타점을 기록했다. 2002년 14개에 불과했던 홈런이 두 배 이상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해 기록한 33개의 홈런은 양준혁 개인통산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이기도 하다.

이후 2005년과 2008년 양준혁은 다시 3할 타율 밑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오뚜기처럼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석에서 뿐만 아니라 주자로서도 양준혁은 언제나 허슬플레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평범한 내야땅볼을 치고도 젊은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1루로 내달렸고, 한 베이스 더 가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응원팀을 가리지 않고 양준혁을 좋아한다. 이종범과 마찬가지로 그의 존재 가치는 상당히 높다. 상징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야구 기량의 면에서도 결코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팬들의 중론이다. 팬들의 이러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동열감독의 선택에서 그는 일단 2순위로 밀려 있다.

△ 양준혁의 통산기록(한국야구위원회)

감독 부임이후 허승민, 신명철, 이영욱 등에게 실력 이상으로 많은 출장기회를 준 것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장기적인 팀 운영을 생각한다면 세대교체도 생각해야 할 것이고, 이왕이면 노장 보다는 하루하루 성장세가 눈에 띄는 신예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문제는 형평성과 효율성에 있다. 아직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한 신예들의 출장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기량이 녹슬지 않은 노장을 벤치에 앉히는 것이 형평에 맞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과연 그것이 팀 전력 극대화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노쇠한 선수를 이름값 때문에 경기에 출전시킨다고 한다면 분명 그것은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명 기량이 한 수 위인 선수를 배제하는 선수 기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중요한 기준은 선수의 나이가 아니라, 선수의 기량인 것이다. 그 기준이 혼동을 겪는 순간 팀 전력과 분위기도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보다 선수들이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삼성 경기를 보자면 선동열감독에게 양준혁은 그저 '계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자주 든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도 이미 양준혁은 주전에서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고, 이후 시즌 개막이후 지금까지 선수 기용을 보면 삼성팬들의 우려가 그저 기우로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계륵'이 되기에 아직 양준혁은 충분히 뜯어먹고도 남을 살이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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