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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태조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해동불교 발상지 도리사

by 푸른가람 201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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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과 배꽃이 도리사와 무슨 관계가 있어 절 이름에 들어가는 걸까? 이는 역시 도리사의 창건 설화와 관련이 있다. 도리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아도화상(아도는 고구려 승려 묵호자의 불명)이 신라 눌지왕때 불교를 포교하기 위해 고구려를 떠나 신라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다 마침내 소지왕의 신임을 얻어 불교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때 신라 왕궁을 떠나 지금의 구미시 해평면 냉산(지금의 태조산)에 이르렀는데 때가 한겨울인데도 산중턱에 복숭아꽃과 배꽃이 만개한 것을 보고 이곳에 절을 지었는데, 이 절이 바로 지금의 도리사라는 설명이다.


도리사도 이전에 몇번 와 본적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리사가 아니라 도리사 입구가 맞는 말이겠지만. 잘 닦여진 2차선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보니 일주문이 나온다. 곧 경내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를 타고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 태조산 정상에 도착하고서야 도리사의 여러 전각들을 만날 수 있다. 말 그래도 산사(山寺)라는 이름이 어울릴만 하다. 꽤 높게까지 올라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에 올랐는대도 한걸음 한걸음 떼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힘든 것이 있다면 그 속에서 얻는 것도 있는 법. 절 경내에서 탁 트인 산아래 해평 들녁을 바라보는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높이 올라야 멀리, 또 넓게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또한번 깨닫게 된다. 산 정상부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각각의 전각들도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또 이들은 가파른 계단들로 이어져 있다.



구석구석 꼼꼼히 둘러본 건 아니지만 도리사는 그리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다. 해동최초 가람이라고는 하나 1,600년 고고한 역사에 비해 현재의 위상이 높다고 하긴 어렵다. 하긴 지금의 도리사는 원래 도리사가 있던 터전이 아니라 부속암자가 있던 자리였다고 하니 한창 융성했던 도리사의 모습을 지금 상상하긴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맨 처음 절에 들어서면 스님들이 설법하고 강연하는 설선당, 공양간인 수선요를 만나게 된다. 수선요 맞은 편에는 도리사를 찾는 사람들이 편히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반야쉼터라는 곳이 있다. 이날도 반야쉼터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사에서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스님들의 수행선방인 태조선원, 경북문화재자료 제318호인 극락전이 있고, 극락전 앞으로 보물 제470호로 지정된 도리사 석탑이 자리잡고 있다. 도리사 석탑은 높이가 4.5m에 달하고 기단 높이는 1.3m, 기단의 너비는 3m 남짓인데 모양이 일반적인 석탑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양식을 보이고 있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적멸보궁에 이르고 그 뒤로 사리탑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래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시기라 절 내부에도 연등이 한가득 내걸렸다. 화려한 연등의 빛깔은 좋아하지만 연등을 달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로 인해 절 고유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려지는 게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어차피 한철이니 그 정도는 참아줄만 하다. 적멸보궁을 오르는 계단 앞에 있는 천진동자불이 이목을 잡아 끈다. 천진난만한 미소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만 같다. 넓은 손바닥에 올려진 무수한 동전들은 동자불의 미소로 평안을 얻은 사람들이 보시한 것이리라.





도리사에도 흔치 않은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하는데, 일반적인 사찰의 법당과 달리 불상을 따로 안치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 뒤쪽에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사리탑이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 자장법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을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는데,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가 그 곳이다.





조금 이른 무더위에 지쳐 도리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온 아쉬움이 크다. 내려오다보니 정상까지 잘 닦여진 아스팔트 진입로가 눈에 거슬린다. 나 자신도 덕분에 편하게 입구의 주차장까지 잘 도착했으면서도 왠지 고요한 산사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여전히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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