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넥센 1차전 리뷰 - 2연승 올린 크루세타, 이제는 믿어도 좋다

by 푸른가람 2010. 4. 6.
728x90

삼성이 국내무대 2년차를 맞은 외국인 투수 크루세타의 호투에 힘입어 껄끄러운 상대 넥센 히어로즈과의 1차전에서 7:3 완승을 거두었다. 크루세타는 1회와 6회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5와 2/3이닝을 3이닝(2자책)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3월 28일 LG전에 이어 두번의 등판에서 모두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안타 1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탈삼진도 6개를 빼앗았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최고 구속은 140km 후반대를 기록하는 등 공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고, 변화구의 낙폭도 좋았다.

넥센은 선발 김수경을 내세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김수경이 3과 1/3이닝동안 9피안타 3볼넷을 허용하며 5점을 헌납하는 바람에 삼성에 3위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회 선취득점에 성공하긴 했지만 삼성 선발 크루세타가 흔들리는 빈틈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넥센전 4연승을 달리고 있는 크루세타 공략에 실패한다면 올시즌에도 일방적인 천적관계에 시달리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크루세타, 나이트보다 낫다?

당초 전문가들은 크루세타보단 나이트를 한수 위로 평가했다. 공 자체의 위력에서는 지만 안정적인 게임 운영 능력에선 나이트가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마디로 나이트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수라면, 크루세타는 기복이 너무 심한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볼이 제대로 긁히는 날이면 쉽게 공략하기 힘든 난공불락의 투구를 보이다가도, 또 어떤 날은 초반부터 난타당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시즌 초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적인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오늘 경기에서도 1회초 스스로 자초한 위기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2회부터는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로 팀 동료들을 안심시켰다. 지난해 불안함을 안겨주던 크루세타는 이제 잊어도 좋을 듯 싶다.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는 권혁, 정현욱

삼성이 초반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선동열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지키는 야구'의 핵심 권혁과 정현욱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삼성 불펜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했던 권혁과 정현욱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불펜의 과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권오준과 안지만이 그 역할을 맡아주고는 있지만 승부의 고비때마다 한방씩을 허용하고 있는 안지만으로는 믿음이 가질 않는다. 전성기 때의 투구를 찾아가고 있는 권오준이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좌완불펜 백정현에게 권혁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다.

선동열감독은 6:3 리드 상황에서 권오준과 권혁, 정현욱을 차례로 올려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세 선수 모두 무실점 피칭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었다. 권혁은 제구가 가끔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공의 구위는 좀더 나아진 듯 보였고, 정현욱 역시 지난 한화전에서 보였던 부진한 모습에서 많이 회복된 듯 보였다.



양준혁이 설 자리는 없나?

선동열감독의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1번타자 이영욱, 4번타자 최형우. 이 두자리는 언터쳐블이다. 하루는 3안타의 맹타를 터뜨리다 다음 경기에서는 무안타로 부진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이영욱에게 무한신뢰를 보이고 있다. 4번 자리에 부담감을 보이는 최형우의 부진 속에서도 가급적이면 타순을 흔들지 않으려는 고심이 엿보인다.

시즌 개막과 더불어 후보로 밀렸던 박한이가 양준혁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양준혁의 초반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양준혁이 원래 슬로우 스타터라고는 하지만 부진과 불운이 겹치고 있다. 이른바 양준혁 시프트에 매번 잘 맞은 타구까지 걸리다보니 자신감마저 떨어지고 있다. 대타로라도 나서보려하지만 매번 승부처마다 선동열감독은 애써 양준혁의 시선을 피하는 듯 보인다.

벌써 벤치로 밀리기엔 양준혁의 기량이 아깝지만 설 자리가 좁아 보인다. 아차피 박한이와 양준혁의 경쟁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은 없다지만 삼성의 지난 8경기를 보면 이미 주전은 고정되어 있는 듯 보인다. 물론 그라운드 밖보단 덕아웃에서 보는 눈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수 기용에서 형평성을 잃게 되면 불화를 부르게 되고, 그것은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팬들은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 "기록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던 양준혁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은 왜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