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영광'의 주인공은 두산?

두산과 SK, 양팀 모두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당초 두산이 문학구장에서 2연승을 거둘 때만 하더라도 싱겁게 승부가 끝나나 싶었는데, 조명탑의 도움을 받은 SK의 반격 또한 만만치가 않다. 2승2패로 팽팽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양팀의 5차전은 때아닌 가을비로 2회초에 중단되더니 결국 노게임이 선언되었다.
 
KBO 일정대로라면 지금쯤이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 예고되고, 양팀 사령탑의 출사표가 양팀 팬들의 마음에 불을 당겨야 할 때다. 하지만 여전히 한장 남은 한국시리즈행 티켓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두산의 1,2차전 연승도 전혀 예상밖이었지만, SK의 대반격은 정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다.

그 길고 길었던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잠시뒤면 자연스레 결정될 것이다.  '상처뿐인 영광'이 될 지도 모를 플레이오프 5차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될까. 뚝심의 두산? 혹은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 SK? 개인적으로는 누가 올라가도 상관 없지만 두산이 조금 유리해 보인다.

피곤한 채병용 vs 팔팔한 세데뇨, 선발싸움에선 두산이 앞서

우선 선발싸움에서 두산의 우위가 예상된다. 3차전 선발이었던 채병용은 고작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게다가 부상탓에 몸도 정상이 아닌 상태다. 반면 세데뇨는 닷새를 푹 쉬고, 체력을 비축한 상태로 등판하게 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어차피 5차전은 모든 투수진이 총동원되는 불펜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선발투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취점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경기니만큼 선발투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긴 이닝을 끌어주느냐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현수의 부진 탈출, 김동주의 컨디션 회복이 최대 관건

두번째 요인으로 김현수를 꼽을 수 있다. 노게임이 선언된 13일 경기에서 김현수는 1회초 세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위력적인 카도쿠라의 투구를 우측 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극심한 슬럼프에서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 테이블세터진의 활약에 비해 빈곤한 득점력을 보였던 중심타선에 좀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문감독은 14일 5차전에서도 4번 김현수, 5번 김동주 라인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두목곰' 김동주가 과연 어느 시점에서 깨어날 것인가가 관건이다. 김현수에 이거 김동주마저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무실점 피칭에 빛나는 SK의 막강 불펜진도 두산 타선을 상대하기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실책으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틀 연속 실책이 빌미가 돼 3,4차전을 헌납했던 두산이지만 5차전에도 SK가 그런 행운을 기대한다면 언감생심이다. 고영민-손시헌의 키스톤 콤비와 김동주가 버티고 있는 3루 모두 탄탄한 수비력을 보이고 있다. 내야 그라운드가 잠실에 비해 안정적인 문학구장에서 5차전이 열린다는 점도 실책이라는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야구 전문가뿐만 아니라 용하다는 무속인들 조차도 플레이오프 5차전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또한 '닥본기'할 수  없는 야구팬이기에 이런저런 데이타를 버무려 사심이 듬뿍 담긴 예상을 내놓는다. 부디 족집게처럼 들어맞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