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꿔진 소나무숲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는 흥덕왕릉은 경주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위치해 있다. 대다수 신라 왕족의 무덤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것과 비교해 이채롭다. 흥덕왕은 신라 제42대(826-836년 재위) 임금으로 본명은 수종(秀宗), 경휘(景暉). 헌덕왕의 아우로 형이 애장왕을 몰아내고 왕이 되는데 큰 공헌을 세웠고, 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교적 커다란 둥근 봉토분으로 무덤 밑에는 둘레돌을 배치하여 무덤을 보호하도록 하였다. 둘레돌은 먼저 바닥에 기단
흥덕왕보다 더 유명한 장보고를 청해진 대사로 임명해 서해의 해상권을 장악했고, 당에서 들여온 차 종자를 지리산에 심어 재배케 한 것 등이 치적으로 알려져 있다. 왕후였던 장화부인 김씨(후에 정목왕후로 추봉됨)를 깊이 사랑했던 까닭에 사후에 이 곳에 합장되었다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전하고 있다. 신라 역대왕릉과 비교해 흥덕왕릉의 봉분이 큰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한다.
흥덕왕릉은 1963년에 사적 제130호로 지정되었으며 신라 왕릉의 형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문화재적 가치도 높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울창한 소나무숲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 뿐이다. 나름의 개성을 가진 수많은 소나무들은 하늘을 가릴 정도다.
무덤의 주위 4모서리에는 각각 돌사자를 한마리씩 배치하였고, 앞쪽의 왼쪽과 오른쪽에 문인석·무인석을 각 1쌍씩 배치하였다. 무덤의 앞 왼쪽에는 비석을 세웠는데, 지금은 비석을 받쳤던 거북이 모양의 귀부만 손상된 채 남아있다.
이 아름다운 흥덕왕릉의 소나무숲은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질 않았다. 아는 사람들만이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 위치도 외곽지일 뿐더라, 안내 표지판도 그리 많지 않다. 초행길이라면 그 주변에서 몇번을 맴돌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문화재 당국에서 좀더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우리의 문화재와 숨겨진 우리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어찌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공유하기 보다는 나만의 전유물로 두고 싶다는 것.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요즘은 사진작가들이 흥덕왕릉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남산 삼릉의 빛내림 정도는 아닐지라도, 오랜 기다림 끝에 흥덕왕릉 소나무숲의 황홀한 빛내림을 마음에 담는 행운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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