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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고향의 가을 들녘, 그리고 코스모스

by 푸른가람 200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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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경북 상주라는 곳입니다. 경북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중소도시이지요. 속리산을 경계로 충북 보은과 접해 있고 김천시, 문경시, 구미시, 의성군, 예천군이 인근에 있습니다. 지금이야 그리 큰 도시가 아니지만, 신라시대 이래로 인근지역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 '경상도'란 명칭이 경주의 '경'자와 상주의 '상'자를 따와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아는 분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 정도로 큰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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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도시들이 6, 70년대부터 고속도로 개통,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것에 비해 상주는 제 자리 걸음을 걸었습니다. 오히려 퇴보한 셈이지요. 고향을 떠난 것이 1982년, 제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4학년때습니다. 벌써 삼십년 가까이나 흘러 버렸습니다. 고향을 떠났다고는 해도 명절때나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항상 상주를 찾았으니 늘 고향과 가까이 지냈다고 봐야겠지요. 그 많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고향은 제가 고향을 떠나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듯 합니다. 고향 어르신들은 얘기하십니다. "상주는 전혀 발전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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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들어서고, 넓은 길이 뚫리는 것이 '발전'은 아닐 겁니다.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그건 지역개발입니다.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차치하고서라도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간만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겐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반가울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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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럴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지방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난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되었던 혁신도시 지정에서도 옆동네 김천에 밀렸고, 올해초 이전이 결정된 경북도청 후보 결정에서도 안동, 예천에 이어 2위에 머물렀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유치에도 실패했습니다. 윗동네 문경시가 국군체육부대 유치에, 각종 민자유치에 성공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도 심합니다.

어쨌든 언제 가도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반겨주는 고향이 좋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합니다. 상주는 삼백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백이란 세가지 흰 빛깔의 특산품이 난다는 얘깁니다. 쌀, 곶감, 누에고치가 바로 그것이지요. 상주는 예로부터 넓은 들을 가진 덕분에 벼농사가 중심이었고, 과거 농경시대에는 당연히 번영을 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산업화시대에야 이 드넓은 곡창지대의 잇점이 그리 크지 않지만요. 그렇지만 고향의 가을 들녘은 여전히 풍성합니다. 황금들판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마음까지 넉넉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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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요즘 상주를 알리는 최고의 효자상품입니다. 다른 곳에서 나는 곶감도 상주곶감이란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출시되기도 합니다. 또하나 누에고치도 빼놓을 수 없지요. 상주는 양잠의 중심지였고, 과거 많은 잠사공장이 성황을 누리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번데기들은 어린 꼬마들의 영양간식 역할을 톡톡이 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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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역시 가을의 전령사는 코스모스겠죠. 고향의 길가에도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온통 노랗게 물든 가을들판과 어울어져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예쁘기는 하지만 조금은 서글픈 느낌을 주는 꽃이 코스모스라면, 고향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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