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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박석민&오승환 - 삼성야구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독특한 캐릭터들

by 푸른가람 200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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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플레이어의 산실’, ‘프로야구의 국가대표팀’. 삼성라이온즈에 대한 언론의 미사여구중 하나다. 그렇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1982년 창단 이후 프로야구의 강자로서 그 이미지를 잃지 않았던 팀이요, 장효조, 이만수, 김시진, 김일융으로 대표되는 한국야구의 별들이 모여 있던 스타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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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뭔가 심심했다. 스타들은 즐비했지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많지 않았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80년대와 달리 요즘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졌다. 더 잘생기고, 더 웃기고, 더 멋진 사람들이 즐비하다. 프로야구도 치열한 생존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올시즌 비록 흥행대박으로 ‘95년 이후 500만관중 시대를 다시 맞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나 삼성은 더 그랬다. 보수적인 지역정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LG나 두산 등 서울연고팀들의 선수들과는 달리 삼성에는 톡톡 튀는 선수가 없었다.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선수가 없다는 아쉬움은 이제 박석민이라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며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집근처 미용실에서 3만원을 주고 한 빠마머리에 나이키 머리띠를 하고 아대를 차고 마치 만화책에서 빠져나온 듯한 묘한 느낌.


대구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던 기대주 박석민은 프로에서 별다른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상무에 입단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08시즌 팀에 복귀한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도중에, 덕아웃에서 보여지는 개그캐릭터 덕분에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명문구단 삼성의 4번이라는 중책을 맡고서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다”며 능청을 떤다거나 방송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허세’를 부리는 모습 등은 이전의 삼성 선수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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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팬들의 사랑은 순간적이다. 박석민의 야구성적과도 비례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상황은 낙관적이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박석민은 또 한단계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승부가 갈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전혀 긴장하는 모습이 없었다. 핫코너 3루수비도 합격점을 줄만 하다. 이 젊은선수가 하루하루 삼성의 중심타자로 쑥쑥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박석민이 약간은 껄렁껄렁한 이미지라면 매우, 그것도 너무 반듯한 이미지의 선수도 있다. 표정변화가 없어 ‘돌부처’로 불리는 선수. 위기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챙길 때나, 어쩌다가 한번 블론세이브를 할때도 그 얼굴은 매번 변화가 없다. 어찌보면 너무나 재미없는 캐릭터가 바로 이 오승환이라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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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팬들은 이 돌부처를 주의깊게 관찰한다. 입한번 씰룩거려도 돌부처의 파안대소라며 난리를 친다.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진갑용과의 포옹사진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을 두고서는 아직까지도 ‘위조’논란(?)이 있을 정도다.


‘05년 선동열감독 취임과 더불어 오승환의 등장은 삼성의 ’지키는 야구‘ 시대의 서막이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불패신화를 만들며 뱀직구를 뿌려대던 권오준을 셋업맨으로 돌리게 할 정도로 선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특히나 큰 경기에서도 전혀 심리적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것이 장점이었다. WBC나 올림픽에서나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그는 언제나 그 부름에 응답했다.


‘06, ’07년 2년연속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데 이어 아시아 세이브기록까지 갈아치웠지만 그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휴식이었다. 지난 3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오승환에게 금년 시즌은 고비였다. 시즌 초반 오승환은 더 이상 상대팀에게 괴물이 아니었다. 묵직하던 돌직구는 140km를 넘기기 힘들었고 볼끝은 힘이 없었다. 마운드에서 연신 땀을 훔쳐내는 돌부처의 안타까운 모습이 자주 화면에 비쳐졌다.


그러나 역시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 고비를 이겨냈다.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올시즌 말미에 다시 한번 마운드에 선 오승환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게되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그 옆에서 또 한편의 개그를 선보여줄 박석민의 퍼포먼스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래저래 즐거운 삼성의 가을잔치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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