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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by 푸른가람 2016.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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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읽게 되는 최갑수의 책이다. 색다를 것 없는 여행 에세이지만, 이번에는 장연정 작가와 함께 한 1년의 세월이 사진과 글로 담겨져 있다. 그의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은 없지만,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의 일상을 책을 통해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다, 워낙에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다 보니 손에 잡은 지 몇 시간만에 뚝딱 다 읽었다. 무슨 의미일까를 한참 곱씹어 봐야 하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좋다. 굳이 사진이 뜻하는 바를 머리 아프게 유추해 볼 필요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읽히는 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족하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해외의 오지 여행기도 아닌, 1년이란 일상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도 뛰어난 능력이다. 누구나 1년의 세월 동안 맞이하고 또 헤어져야 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에서 분명 최갑수와 장연정은 나와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사진과 글로 표현해 냈다.

 

 

수많은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1년의 시간. 최갑수는 언제부터인가 하루가 소중해졌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고 싶었으며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 하루는 못내 아쉬었단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날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습관처럼 '똑같은 하루가 지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웬지 찡해지곤 했다는 장연정의 고백은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하다. 포커스를 맞춰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해 두자고 결심한 그녀처럼 우리도 각자의 하루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내 하루의 여기저기에 포커싱을 하다보니 고맙게도 나의 하루가 눈에 들어왔다"는 그녀처럼 집중해보면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최갑수가 쓴 여행 에세이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던 것 같다. 오래 보아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의 글과 사진에 길들여진 듯 하다. 최갑수 덕분에 처음 읽게 되는 장연정의 글도 마음에 든다.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짧은 이야기와 눈빛 속에서도 공감할 것이 많은 인연을 만난 것처럼, 어느 무더운 여름날 조각난 수박을 나눠먹던 청량감이 내 몸을 휩싸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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