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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작은 집 큰 생각 -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

by 푸른가람 201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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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임형남과 노은주의 책을 또 읽게 됐다. 얼마 전 읽었던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라는 책이 참 마음에 들어서다. 최갑수와 이병률의 그랬듯, 이른바 한번 '필이 꽃히면' 그 작가의 책은 가리지 않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지금껏 그 선택에 후회해 본 적은 없으니, 사람과 사람의 좋은 만남이란 것이 비단 얼굴을 마주 하고, 얘기를 나눠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임형남+노은주 라는 표현이 참 재밌으면서도 정겹다. 이렇듯 서로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존중하며, 때로는 의지하며 사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일일텐데, 아마도 이들 부부는 천생연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서로의 마음이 같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끼리 시너지 효과를 거둔, 아주 긍정적인 사례로 보아도 좋겠다.

 

이 책의 초판 1쇄가 나온 것이 2011년 11월이니 4년이 지나고서야 이 좋은 책을 읽게 됐다는 아쉬움이 크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한번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그 유명한 '금산주택'을 가봤을텐데 말이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말에서 이 부부 건축가의 땅과 사람, 그리고 집에 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건축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집 짓는 공상을 많이 하곤 한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머릿 속으로 지었다 부숴버린 집이 아마도 수백 채는 되지 않을까. 현실의 나는 내 이름으로 된 땅 한 평, 집 한 채도 없는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내 상상력은 어느 경치 좋은 곳에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짓기도 하고, 옥상에 수영장이 있는 멋진 저택을 그려 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공상일 뿐, 실현될 가능성도 없고, 또 그런 집을 지을 필요도 없다. 임형남+노은주가 고민하듯 나 또한 나에게 맞는 적합한 집의 크기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집이라 함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사회적 신분이나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 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도 무리해서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고, 남들보다 비싼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러하고, 또 그런 소비활동을 통해서 개인들이 행복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비의 끝이 과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금산 진악산의 넓은 품과 마주하고 있는 금산주택은 안방과 손님방, 최소한의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서재가 되는 다락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지은이들이 자신들의 건축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안동 도산서당의 구성을 그대로 닮은 것이다. 물론, 이들이 평소 품고 있는 건축에 있어서의 철학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건축주의 이해와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음은 당연하다.

 

금산주택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름난 해외 전문지에 소개되기도 했고 건축 전문가로부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사진과 도면을 통해 본 금산주택에 대해서는 각자의 평가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의 시각도 다양할 것이고, 작은 집에 우주를 담는다는 철학적 투영 또한 그 판단이 엇갈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집이란 우선 집이 놓여질 땅과 주변의 자연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공상의 편의와 건축가의 전문적인 시각도 반영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집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살게 될 사람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 전제들이 충족된 이후에야 비로소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와 같은 큰 생각이 담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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