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가지 이야기에는 또한 저마다의 인연과 그리움이 녹아 있기도 할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부터, 그가 가고자 했던 길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 이르기까지 스물두 명 작가들의 면면 만큼이나 글의 주제와 그리움의 지향점 또한 다양하다. 양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의 모습에서도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스물두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그리움을 '싶다'라는 단어로 표현해 내고 있다. 누군가를 뚫고 싶고, 누군가는 깨고 싶고, 또 누군가는 보고 싶고, 닮고 싶고, 갚고 싶고, 열고 싶다고도 했다. 작가 정철은 미안해서 보고 싶다. 미안해서 만지고 싶다. 미안해서 울고 싶다. 세상 모든 '싶다'는 그를 위해 만들어 둔 말일 것이라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이토록 애절한 그리움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현직 대통령 재임 시절에 그는 국민들로부터 온전히 사랑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와 날카로운 각을 세웠던 보수 언론들은 연일 그의 세련되지 못한 언행을 빌미 삼아 훨씬 더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었던 그의 진실을 가리고 호도했다.
국민들 역시 그의 편에 서지 않은 이가 많았다.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정 지지도는 하락했고,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그는 외롭고 위태로운 최고 지도자였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는 현실에 타협하기 보다는 당장은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에 집착했을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이 그의 처절한 실패의 이유일 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그는 수많은 비난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지만, 또한 이런 이유로 그를 그리워 하는 이가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는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를 이런저런 이유로 비난하기도 했고, 때로는 격한 단어를 써가며 대놓고 욕한 적도 있지만 그의 목표 또는 궁극적 지향점 자체에 대해 회의를 품었던 적은 없었다.
그의 존재는 한때 대한민국 사회에서 갈등과 불화의 씨앗이었을 지 모르겠으나, 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그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재평가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유시민의 말처럼 그가 그리운 것은, 사실 그를 그리워함이 아니라 옳은 삶과 자기다운 죽음에 대한 소망인 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그가 그리운 것은, 어지러운 시대에는 벗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대 그리워 창을 열면 꽃바람 불어와요
지난밤 새벽 비 다녀가고
그 흔적에 꽃잎은 졌어도
그대 고운님
바람에 섞여 흐르는 눈물 같은 고운님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알았죠
그대 목소리 파랑새에 있었어요
오월의 창밖에는 꽃바람 불고 파랑새 울어요
등 돌린 그림자 그대일 것 같아
아직도 창문을 닫지 못해요
오월 햇살 이리 아름다운 날
고운님 신기루의 꿈이었을까
아 꽃바람 속에는 그대 있을까
푸른 산 새벽안개 속에는 그대 있을까
오늘 나는 그가 보고 싶다
오늘 나는 그가 그립다 - 북 테마곡 <그가 그립다>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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