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라는 사람은 아마도 최근 들어 가장 '핫'한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철학자라는 명함을 내걸고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 인기가 이내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이채로운 일이다. 어떤 책에 언급되어 있는 내용을 보자니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섹시함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화제의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도 TV 강연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 분명 인상깊은 강의였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내면에 감춰진 가식과 위선을 한꺼풀 벗겨내는 '솔직함'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거칠 것이 없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과 후련함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인기 강연자이자 저자인 강신주가 펴낸 <강신주의 감정수업>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설명되어 있다. 저자는 한 번 뿐인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감정이 없으면 삶의 희열도, 추억도, 설렘도 없을 것이며,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우리가 행복해 지기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들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책을 통해 무려 마흔 여덟가지의 감정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철학자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정의는 물론 그러한 감정이 도드라지게 표현되어 있는 48편의 문학작품과 그림들을 소개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1부 땅의 속삭임에는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의 감정이, 2부 물의 노래에는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와 영광이, 3부 불꽃처럼에는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미움의 감정들이, 마지막 4부에는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이라는 감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지금껏 7정情(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사에 담겨진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내 왔다. 어떤 복잡한 감정도 넓게 보자면 7가지 범주에 포함시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굳이 48가지 키워드로 세세하게 인간의 감정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지,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의문에 대해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답한다. "떨어지는 벛꽃을 보며 슬픔을, 쏟아지는 은하수에서 환희를, 친구의 행복에 기쁨을, 말러의 5번 교향곡 4악장에서 비애를, 멋진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타인의 평판에 치욕을, 번지점프에서 뛰어내릴 때 불안을. 이 모든 감정들의 분출로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그렇다. 우리가 감정을 공부하듯 들쳐내 보는 이유는 내 감정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이며, 결국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