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

남자의 여행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푸른가람 2014. 3. 30.
728x90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 <남자의 여행>이란 책은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다소 거창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 덕분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것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가까와지지만, 사실 남자의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행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성별의 차이라기 보단, 성향의 차이일 것이고 자라온 환경 속에서 자아가 어떤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남자의 여행이라고 해서 여자가 떠나는 여정과 이러이러한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산 것이 아닌지라 오히려 호기심이 더 컸다. 나도 절을 참 좋아라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유명종이란 사람도 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인 듯 하다. 저자 소개를 보니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시인이자 문화 평론가이고, 틈틈이 시를 쓰면서 사진과 미술, 건축,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참 부러운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 이런 책도 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더 커 보인다.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 자부할 수 있겠지만, 열정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을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책 속에는 전북 김제시에 있는 망해사를 시작으로 전남 순천시에서 있는 선암사까지, 총 스무 군데의 절이 담겨져 있다. 유명종은 글을 쓰고, 이종송은 그림을 그렸으며 전성영은 풍경과 느낌을 사진으로 남겼다. 세 사람의 완벽한 조화가 있었기에 이 책에 담겨진 글과 그림과 사진은 마치 한사람이 쓰고 그리고 찍은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지금쯤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만경벌을 지나 망해사 진입로에 겹벚꽃이 피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 선사가 깊은 우의를 나눴던 경기도 남양주땅의 수종사, 전남 구례군 화엄사 뒷편에 있는 작은 암자인 구층암의 모습도 궁금하다. 스무 곳 절집 가운데 내가 아직까지 그 풍경을 마주하지 못한 곳이라서 더욱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공감이란 것은 잘 정제된 글에서도, 흙벽화 기법에 천연 안료를 사용한 독특한 그림을 통해서도, 절과 주변 풍경을 깔끔하면서도 단아하게 담아낸 사진으로도 충분히 나눌 수 있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그 이미지와 느낌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을텐데 비슷한 감정선을 가진 작가를 만난 것이 다행스럽다.

이미 다녀온 곳은 다녀온대로 좋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풍경에는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살아 생전에 얼마나 많은 풍경을 보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그 속에서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자신도 아직 없지마는, 비우려고 떠나서 채우고 돌아온다는 그의 말 한마디가 나에겐 큰 위안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