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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어떻게 살 것인가 - 자유인 유시민의 '나답게 살기'

by 푸른가람 201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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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유시민이라는 사람과 만났다. 경주가 고향인 그를, 경주를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사는 나는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이렇게 가끔 책을 통해서, 혹은 TV나 신문을 통해 접하곤 한다. 젊은 시절의 그가 살았던 삶이 지금과 달랐듯 내가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던 때와 지금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 때가 몇년이었던가 정확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날 그가 입었던 옷과 그에게 쏟아졌던 야유와 비난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 회의장에 경박스러운 옷을 입고 등원한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다음날 조금 더 품위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의원 선서를 하는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 했지만 탐탁치 않았던 그 첫 인상은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인간 유시민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진보주의자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유시민이 걸어온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이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장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하루하루는 숨가뿐 전진과 투쟁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 본다.

 


여전히 유시민이라는 이름 석자에 경기를 일으키거나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 역시도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기까지 한참 동안의 시간이 걸렸으니 그 정도 반응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유시민이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자연인 유시민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그에게 덧씌워졌던 색들이 벗겨지면서 가려졌던 그의 진면목을 비로소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이후 최근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겪으며 이 땅의 많은 진보세력이 그랬듯 유시민 또한 큰 상처를 받았음이 틀림없다. 그가 그 상처를 복수와 투쟁의 키워드로 풀어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며 오래 덮어 두었던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드러낼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나와는 다른 삶의 코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서 또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 놀랍다.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유시민 자신의 고백처럼 과연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형이상학적이고 고차원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지,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다 어떤 죽음으로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그를 따라 나의 상처도 치유됨을 느꼈다. 그가 얘기했듯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상처는 삶의 자극제가 되어 주고, 그 고난을 넘어섬으로써 비로서 내 삶의 가치도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음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더 무거운 주제를 파고 든다. 그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도 죽음도 인간의 선택에 달린 것이며 그 선택은 반드시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통해서여야만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내 마음에 잔잔하면서도 진한 물결을 남겨준다. 나 또한 영생이 싫으니 그가 에필로그에 남긴 것처럼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멋진 이벤트를 준비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니 말이다.


나는 열정이 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마지막 여정까지, 그렇게 철이 덜 난 그대로 걸어가고 싶다. 내 삶에 단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나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프롤로그 '나답게 살기' 중에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 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이름이 길게 남지 않음을 애석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행복한 삶의 본질적 요소가 이니다. -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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