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오랜만에 대구수목원을 찾았습니다. 마침 전날 숙직근무를 서고 오후 네시쯤 사무실을 나와서는 부푼 가슴을 안고 수목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느새 대구수목원도 가을 느낌이 완연했습니다. 한여름의 생기넘치는 푸르름도 이젠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 빈자리를 벌개미취, 구절초, 울릉쑥부쟁이 등 가을을 알리는 꽃들이 한창이더군요.
평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수목원 안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 휴일이면 정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수목원이라기 보단 도심 속의 공원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 곳인데 그래서 더 다행이다 싶었지요. 좀더 여유롭게 수목원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예전에도 몇번 와봤었지만 꽃무릇이 이렇게나 지천으로 피어있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군데군데 단지를 조성해 놓은 것 같이 보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절정의 시기는 조금 지나 보였습니다. 이제 서서히 지고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는 꽃무릇은 정말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꽃무릇 주변에는 카메라를 든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그 중에 어떤 분은 분무기로 꽃에 물을 뿌리고 계시던데, 사진을 찍으면 한결 꽃이 생기를 띤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왠지 자연스럽지는 못하더군요. 비가 그치고 난 뒤 물방울이 맻혀있는 그 자연스러움과는 역시 다르겠지요.
역시 봄이나 이른 여름에 비해서는 꽃의 종류가 많이 줄었습니다. 국화의 계절인 가을답게 국화과 꽃들이 수목원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조금 쌀쌀한 날씨에 피어난 복수초를 보며 봄을 느끼던 것이 불과 얼마전의 일 같은데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꽃들도 조금만 지나면 긴 동면에 들어가겠지요.
가을은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만 아쉬운 건 역시 너무나 짧게 지나가 버린다는 것일 겁니다.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날은 일상의 짐을 모두 벗어 던지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물론 팔자가 그렇지 못하니 가을이면 늘 마음에 병이 생길만도 합니다.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대구수목원이 가까이에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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