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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耽溺

양구 탈출 1개월전..그때 그 사람들..

by 푸른가람 2007.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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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말 강원도 양구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던 때다.
때는 바야흐로 추계진지공사 막바지. 전역을 딱 한달 남겨둔 말년병장의 하루는 참으로 길었던 것 같다. 분대장 견장을 떼지 못하였으니 어디 짱박혀 있지도 못하고..

12년전..저 후임들은 다들 뭐하며 지내고 있을까?
2분대장 형순이 : 힘좋고 우직한 전라도 사나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참 마음은 여렸던 것 같다.
관측병 재훈이 : 경상도 남해촌놈. 막판에 후임 잘못 건드렸다가 영창까지 다녀와야 했던 불우한 말년을 보냈던 녀석. 아직도 그 거친 사투리가 귀에 생생하다.
한성호 : 대대 취침방송을 맡았던 로맨틱 가이(?). 이녀석도 부산 출신이었던 것 같은데..목소리 곱고 손도 고왔던 녀석.
박성진 : 소총중대시절부터 중화기중대 시절까지 같은 분대에서 생활했던 서울뺀질이..
허영선 : 허스 나불랭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졌던 녀석. 별명처럼 귀여웠었지. 역시 서울녀석
이상헌 : 제대무렵 들어온 이등병..특별한 기억이 없다.
온순필 : 충청도 출신이었음에도 엄청 빠릿빠릿하고 일도 잘해 소대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녀석. 주특기 시간때 큰 키에 포판 매고 엉거주춤 뛰어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강현 : 초반에 부대적응을 잘못해 고생하던 녀석. 사회에서 밴드를 하다 왔었다고 했던가? 중화기중대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중에 결국 수송부로 옮겨갔다.
정OO : 대구 출신의 우리포 막내. 대구사투리로 귀여운 척 애교를 부리곤 했었는데..제대하고는 대구에서 한번 만나지지가 않는다. -> 역시 이 녀석 이름도 생각났다. 정성락('12.2.26 추가)
이봉열 : 우리포 사수였는데 성진이 하고는 동기였었고, 나름 나를 잘 따라줬었다. 전북 부안 출신.
OOO : 전남 출신으로 2분대장 장형순, 관측병 황재훈과 잘 어울렸었다. 이름이 왜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 이름 생각났다. 강원복('12.2.26 추가)
김영현 : 4분대장. 93년 10월군번. 서울 출신이었고 힘좋고, 가끔은 무식했던 녀석. 상병선임 시절 후임들을 무지하게 갈궜던 기억이 난다.

이 사진에 후임 몇명이 빠져 있고, 당시 말년이던 성덕이와 상복이는 말년휴가를 떠났던 거 같다. 정말 힘들었던 군대시절. 처음에 양구땅에 떨어졌을 때 사단훈련소의 조교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사회에서 뭔 죄를 많이 지었길래 여기 떨어졌냐"

그땐 그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었다. 양구에서의 2년2개월은 되돌아보면 나와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까지는 전혀 몰랐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경험들. 그 시절을 같이 했던 사람들. 그립다. 소주 한잔에 그때 그시절을 안주 삼아 회포풀 날이 있기는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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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은 아마 '95년 여름쯤에 도촌리에 81미리 고폭탄 사격 가다가 찍었던 걸로 기억된다. 같은 9월군번이었던 2주 고참 성덕이와 동기 은성이. 성덕이는 부산출신이었고 나이는 나보다 한살 어렸지만 친구처럼 잘 지냈었다. 제대하고도 가끔은 연락이 되었었고 부산가서 한번 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때 여자친구가 경주 콩코드호텔에서 일하고 있어서 휴가나가서 내가 대신 꽃사들고 가서 만났던 일도 기억난다. 이름도 생생하게 기억난다..아마 지금은 헤어졌겠지?

동기 은성이는 상주 출신이라 고향 갈때면 만나곤 했었는데 역시 지금은 소식이 끊겼다. 이런저런 작업을 잘 해서 인사계한테 사랑받았던 녀석이었다.

어디에서 뭘 하든..그저 몸건강하게 잘들 지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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