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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백제의 길 위에 서서 - 백가제해 강역으로의 시간여행

by 푸른가람 201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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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은이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겠다. 차준완이라는 분의 글과 사진으로 채워진 '백제의 길 위에 서서'라는 책은 북카트에 담겨진 지 한참만에 나와 만날 수 있었다. 신라의 땅이라 볼 수 있는 경상도에서 발붙이고 살고 있는 내게 백제라는 이름은 묘한 끌림을 준다. 그런 이유로 좀더 빨리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백제를 향한 그리움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다. 저자 차준완의 백제에 대한 관심과 잊혀진 제국에 대한 의문의 갈증이 이 책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주요한 유적과 명소의 탐방 기록을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왔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인생 역정의 결과물을 비로소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나 또한 우리 땅의 구석구석을 열심히 돌아다니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차준완처럼 어떤 대상을 특정해 놓지는 않다 보니 그 행선지는 중구난방이다. 어떨 때는 산세 좋고 조용한 강원도의 산사로 떠나기도 하고, 불현듯 비릿한 포구의 바다 내음이 끌리면 전라도의 땅끝을 향해 무심코 내달리기도 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그 떠남과 여행의 지향점이 분명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분명 있다. 물론, 여러 곳을 자주 다니다보면 그 중에서 하나의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도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문적인 공부까지 곁들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속을 괴롭히는 하나의 난제가 생긴 꼴이다.

 

지은이의 간단한 약력을 살펴보면 그가 이토록 잘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을 펴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그는 여러 회사를 다니며 건축에 종사했을 것이고, 현재는 어떤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 어느 대학의 교수이거나 학교나 연구소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누구든 하나의 존재에 몰입되어 파고들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인 것 같아 흐뭇한 기분이 든다.

 

그의 책 속에는 그 오래 전 백제의 강역이었던 여러 고을이 소개되어 있다. 백제의 전성기를 함께 누렸던 석탑도 있고, 천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들과 그 흔적들도 담겨 있다. 그 범위와 내용의 방대함은 수십년 세월동안 그가 흘린 노력의 반증이라 여겨 본다. 내가 이미 다녀본 곳들이 여럿 눈에 띌 때마다 반가운 마음 감출 수가 없다.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은 내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어 주었다. 꼼꼼히 읽어 보고 그가 알려준 백제의 아름다움을 찾아 많이 다녀보려 한다. 그저 자랑삼아 여기 한번 다녀왔다는 기억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많이 보지는 못할 지라도 한참을 멈추어 서서, 말하지 못하는 오래된 것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봐야겠다. 새로운 책을 준비하는 내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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