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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범죄의 해부학 -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by 푸른가람 201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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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는 편이 나을까 생각하니 어렵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데다 비싸기까지 한 책을 샀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책 표지에는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긴 하다. 내가 왜 굳이 살인자의 심리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는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스톤(Michael Stone) 교수는 컬럼비아 의과대학 임상정신의학 교수이자 미국 최고의 범죄 심리 전문의로 '범죄 심리학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그가 밝혔듯 악의 심리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이라는 의미에서 그를 범죄 심리학의 프로이트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는 악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악의 실체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우리가 노력한다면 악이라는 대상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도처에서 범죄는 쉴 새 없이 발생한다. 갈수록 범죄는 흉포화되고 사이코패스라는 전문용어가 일상적인 단어로 인식될 정도로 '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이 책에는 단순 살인자부터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 악명높은 연쇄 살인범에 이르기까지 600명의 살인자의 심리를 통해 범죄를 악의 등급 22단계로 분류해 분석하고 있다. '범죄의 해부학'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범죄의 현장으로 들어가 범죄자의 심연 속을 메스로 해부해 독자들에게 펼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간명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무엇이 악의 '정수'인지 정리해 보자. 어떤 행위가 악행이 되기 위해서는,

1. 기가 막힐 정도로 끔찍해야 하고,
2. 사전의 악의(악한 의도)가 행위에 앞서야 하며,
3. 희생자에게 가한 고통의 정도가 극도의 과함이 있어야 하고,
4. 범행의 성질이 이해 불가능하고 당혹스러우며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야 한다.


책의 내용은 당연히 불편하고 혹은 경악스러운 범죄 케이스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굳이 이 책을 재미삼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가정해도, 우리 모두는 충격적인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더 차가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진정한 절대악은 존재하는 것인지. 진정한 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본성인지, 양육인지, 어릴 때 당한 성적 학대 때문인지, 마약 남용 탓인지, 아니면 타고난 '나쁜 씨앗' 때문인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성과를 관련 분야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리는 일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을 너머 실용적인 부문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차마 사람으로서 못할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흔히 '짐승같은 놈' 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아이러니다. 왜냐하면 악의 심리는 오직 인간에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과 달리 죽음과 고통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또 상상할 수 있으며, 남을 증오할 줄도 알며, 이러한 증오의 대상이 사라지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할 줄도 아는 존재라는 얘기다. 인간의 천성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하는 골치아픈 철학적 질문을 떠나 그저 나부터 내 주변 사람들까지 악의 기운이 좀더 사그라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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