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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07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2012년 1월에 초판이 나온 따끈따끈한 최갑수의 신작을 드디어 만났다. 2009년의 어느날 마치 운명처럼 최갑수의 글과 사진을 만났던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아직도 작은 스탠드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아래 책장을 넘기던 그날의 즐거운 떨림을 잊지 못하겠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도 신간 출판 소식을 기다리는 작가가 한명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여행의 기록이다. 첫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지금껏 그의 여행 에세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최갑수 스타일' 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익숙함이 편하기도 할 것이고, 한편 그런 이유로 지겨울 수도 있겠다.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었지만 마냥 기다릴 .. 2012. 2. 1.
책, 세상을 탐하다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책벌레 스물아홉명의 열렬한 책에 대한 사랑과 예찬이 여기에 담겨 있다. 공부벌레, 일벌레, 책벌레..재미있는 단어의 조합이다. 나는 분명 감히 책벌레의 범주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책벌레까지 되고 싶진 않지만 보다 많은 좋은 책들을 읽고, 갖고 싶은 욕망은 크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는 것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집에 그리 책이 많지는 않았고, 도서관을 찾아가서까지 책을 파고들만한 열정과 용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어느 곳이든 근처에 책이 있으면 펴 들고 보는 걸 좋아했었고, 큰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값비싼 가구나 전자제품 보다는 책이 가득한 집을 부러워 했었다. 물론 지적 허영을 채워주기 위한 장식용 책은 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 2012. 1. 15.
철학으로 읽는 옛집 일단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우리 옛집들이 지난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고 밖에. '집짓는 시인' 함성호가 쓰고 유동영이 사진을 찍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의 집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굳이 철학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유학의 좁은 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긴 유학, 그 중에서도 성리학을 빼고 우리의 철학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겠지만 노론 300년이 지배한 역사 탓에 사상과 학문, 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또다른 아픔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시작으로 조선.. 2012. 1. 14.
유홍준의 국보순례 -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오래된 것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작품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만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믿어 보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문외한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보고 또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느껴보려 애쓴다면 분명 오늘보다는 밝아진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나라.. 2012. 1.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처음으로, 거꾸로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느지막히 읽어보기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앞서 읽었던 세권의 책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3권에 담겨 있는 우리 땅 구석구석의 문화재들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경주나 수없이 많이 접했던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의 문화재들에서는 정겨움과 반가움마저 진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부처님들은 보통의 불상에서 느껴지는 근엄한 절대자의 모습 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이다. 삼불 김원용 선생은 그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 2012. 1. 1.
별 다섯 인생 - 물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 책만 봐야 하는 인생. 지은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별 다섯 인생' 이라는 이름의 책은 한 평생을 책만 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살다 간 사람이 세상에 남긴 따뜻하면서도, 한편 가슴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녀가 살았을 공간,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살았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스라히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수없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 나도 서재를 하나 가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물만두 홍윤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보질 못했었다. 책에서는 10년간 무려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로 지은이를 소개하고 있다. 매달 수백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나 역시도 잘 안다. 물론 스.. 2011. 12. 25.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늙는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서글프기만 한 것이어야 할까요. 아홉수라는 말이 있듯 유독 우리나라는 새로운 10년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에 민감해지곤 합니다. 30대로 넘어갈 쯤이면 누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 무렵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30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사실 30대가 아닐까 싶네요... 2011. 12. 25.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주제였던 사주명리학에 관해 쉽게 풀어 쓴 라는 책을 쉬엄쉬엄 읽어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350쪽이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사주명리학의 뿌리와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주팔자나 정감록 얘기도 나오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이라는 이름도 여러차례 언급된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깊에 뿌리내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명리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2011. 12. 18.
여정 - 이상민의 여행산문집 내가 좋아하는 여행작가 최갑수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이후 신작 소식이 없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개정판에 실망을 하면서도 또 내 취향에 그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늘 기다리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 나의 글과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행 에세이가 그래도 제일 편하고 또 끌린다. 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아름다운 우리 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이 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 뭔가 읽을만한 새 책이 있나 싶어 찾아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여정'이란 책이다. 이상민이라는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경북 영덕의 강구에서 태어났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시를 썼던 독특한 경력을 지난 여행작가인.. 2011. 12. 11.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정찬주의 마음기행 두번째 인연입니다. 책을 통해서 법정스님을 만나게 된 것도, 정찬주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된 것도 모두 두번째 입니다. 처음이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을 통해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말씀을 접하게 된 행운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은 정찬주 작가의 시선과 발걸음, 마음을 따라 스님의 일대기를 좇는 기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라는 향기로운 제목을 지닌 이 책은 법정스님과 속세에서 깊은 인연을 맺은 정찬주 작가가 스님이 태어난 해남 우수영을 비롯하여 송광사 불임암, 진도 쌍계사, 미래사 눌암, 하동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수류산방, 길상사 등 스님이 머물렀던 절과 암자를 다시 순례하면서 다시 되새겨보는 스님과의 흔적과 그리움을 담담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 2011. 12. 10.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며 거대한 지배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온 촘스키를 책으로나마 뒤늦게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MIT의 교수로, 언어학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학문 분야가 아닌 현실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레 풀리게 된다. 꽤나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지닌 그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이 2001년의 9.11 테러 사건 이후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음모를 알리는 데에, 그리고 그러한 음모에 순진한 대중들이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일생을 보낸 촘스키가 아니었던가. "나는 지난 세월 미국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 2011. 12.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야___, 저 소리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가는 방법은 없나. 이 짧은 한마디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을 울린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편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속 운문사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운문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 철거가 한창 진행중이던 1992년에 운문사 인근의 한 중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던 브라스밴드가 텅 빈 대천리 마을 하늘에 장송곡 가락처럼 길게 퍼지던 그 장면이 그려진다. 내가 운문사 가는 길에 운문댐을 가 봤던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의 일이었으니 미처 그보다 몇 해 전에 벌어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저 원래부터 이 자리에 댐이 있었던 것이려니 무심코 보아 넘겼고, 푸르디 푸른 호수의 장관에 그저 시선을 빼앗겼던 그때의 무심함이.. 2011.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