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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31

'나무 사잇길' 따라 천년고찰 석남사를 거닐다 깊은 산중에 있는 작은 사찰 쯤으로 생각하고 석남사를 찾았다. 첫 느낌은 조금 생소했다. 일주문 앞으로 도로가 지나고 절 입구에 있는 식당은 속세의 허기를 채워주기에는 적당할 지 몰라도 절집이라면 응당 고요한 산사의 한적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는 마땅찮은 풍경이었다. 그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덕분인지 때이른 무더위도 잊을 수 있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숲길이 있다. '나무 사잇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은 올해 초 울주군에서 예산을 들여 새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공사 과정에서의 수목 훼손 논란 등으로 한때 시끄러웠었는데 지금은 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날씨 탓인지 녹음이 더욱 무겁고 짙게 느껴진다. 한여름에 걸어도 상쾌한 기.. 2012. 7. 14.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는 절, 의성 고운사 한 시간여를 달려 고운사에 당도한 그 날은 파란 하늘 빛에 떠가는 흰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난 뒤 하늘은 깨끗했고, 바람은 상쾌했다. 후텁지근한 장마철 한가운데 이런 좋은 날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카메라를 챙겨 들고 떠날 곳을 궁리하다 도착한 곳은 또 고운사였다. 고운사는 내게 참 익숙한 절이다. 몇해 전 처음 고운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처럼 여전히 고운 절이란 생각이 든다. 절에 이르는 걷기 좋은 숲길도 좋고, 조계종 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넉넉한 인심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고운사가 좋은 이유를 든다면 절 입구에서번잡한 상가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번 카메라를 들고 고운사를 둘러보는 행로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2012. 7. 9.
사진 찍기에 좋다는 경산 반곡지를 느린 걸음으로 걷다 모처럼 평일 오후에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어딜 가볼까 잠깐 고민하다 말로만 듣던 반곡지를 둘러 보기로 마음 먹었다. 경산 반곡지는 이미 사진찍는 이들 사이에선 '사진 찍기 좋은 곳' 혹은 '경산의 무릉도원'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명소다. 사진으로 많이 봤던 곳이었지만 실제 느낌은 어떨까 그 전부터 많이 궁금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평일인데도 반곡지의 오래된 버드나무 아래 그늘에는 돗자리를 펴놓고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즐기는 일행들이 여럿 있었다. 손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이내 도착해서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제 각각의 감상을 풀어놓고 있었다. 반곡지에서 청송 주산지의 신비로운 풍경을 떠올리는 이도 물론 있었다. 반곡지는 그리 넓지 않은 저수지다. 역시 첫 시선은 반.. 2012. 6. 30.
산중에 깊숙히 숨어 있는 산사, 각화사를 찾아서 각화사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산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산중에 깊이 숨어있는 각화사를 찾아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고 올랐다. 도중에 과수원도 만나고 인적 드문 산 속에 홀로 있는 집들도 만났다. 아침에 눈 떠서 깊은 밤에 잠들 때까지 이런 풍경을 단 한번도 볼 수 없는 일상의 삶에서 비로소 벗어났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 마침내 각화사에 이르렀다. 각화사 입구의 푸른 숲이 인상적이었다. 전날의 숙취 때문인지 절 구경보다는 그냥 어느 그늘 시원한 곳에 자리를 깔고 낮잠이나 한숨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5월이라고는 해도 낮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이른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한 그런 날이었다. 평지가 없는 산자락에 절이 자리잡다.. 2012. 5. 29.
숨겨진 신선의 세상을 찾아가는 석천정사 가는 길 석천정사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여지껏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닭실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이번에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다녀오겠다는 마음으로 석천정사로 향했다. 봉화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인데다 닭실마을의 충재 권벌 유적과도 관련이 깊은 유서깊은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닭실마을는 이를 알리는 이렇다할 안내판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가는 내내 이 길이 맞는 지 불안하기는 했다. 안내판은 역시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작은 개울을 건너 난 숲길을 따라 조금을 걸어가니 석천정사가 나왔다. 석천정사를 소개하는 글에 나오듯 수정 같은 계곡 사이로 정자가 비치는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고 계곡의 물소리 또한 시원하니 좋았다. 주위가 좀더 화려해지는 가을날이면 아마도 한폭의 그.. 2012. 5. 28.
여름빛 가득한 청암정에서 가을 모습을 그려 보다 간만에 지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청암정를 몇번 다녀왔었는데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각자 저마다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꽤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과거에 사진 동호회 출사랍시고 떼지어 몰려다니던 때의 호기로운 기억도 문득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참 묘하다. 몇해 전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도 음악회 준비로 분주하더니 이날도 시간을 맞춰서 간 듯 했다. 청암정 바로 옆 권재 종택의 넓은 마당에서 지역의 한 방송사의 촬영이 있는 모양이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장비를 셋팅하고 무대와 좌석을 준비하고 음향을 테스트하느라 바빴다. 토요일 오후 조금은 한적한 닭실마을과 청암정의 모습을 담아 보려고 했던 애초의 계.. 2012. 5. 27.
오래된 옛집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던 오천유적지 군자마을 이 앞을 수백번은 지나쳤을텐데도 늘상 보고만 지나쳤던 곳이다. 오천리 유적지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고 오래된 고택들이 여러 채 있는 모습은 당연히 내겐 관심의 대상이었는데도 이상스레 발길이 닿지 않았던 데에도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다음에 가보면 되지 하며 미루는 나쁜 버릇은 이제 그만, 도산서원 가는 길에 잠시 오천리 유적지에 들렀다. 도로에서 잠시 벗어나 길을 따라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요즘은 오천리 유적지보다는 군자마을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정도가 됐다. 여러 채의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분위기가 정겹다. 오래된 우리 전통 가옥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고택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는데 안동에는 이 곳 말고도 하회마을, 지례 예술촌 등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조선 전기의 학.. 2012. 5. 16.
아는 만큼 보이는 김룡사의 숨겨진 보물들 나름대로는 김룡사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했었는데 오산이었다. 몇해 전에 처음 김룡사라는 멋진 절을 처음 가보고 나서는 뭔가에 이끌리듯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 곳을 여러번 찾았었다. 김룡사 숲길도 무척 마음에 들지만 내게는 무엇보다도 일주문에 이르는 전나무숲의 싱그러움이 인상적이었다. 일제 강점기까지만 하더라도 31본산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조계종 제8교규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로 그리 큰 절이 아니어서인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제 와도 사람 소리가 많이 나지 않는 절이라서 더욱 좋았다. 이 호젓한 산사를 홀로 즐기는 호사를 누구와 나누고 싶지 않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김룡사에 이런 공간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놀랍게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석탑과 석불을 절.. 2012. 5. 15.
법보사찰 해인사의 전나무숲에서 배우다 가야산 소리길을 걷고 나서 해인사에 들렀다. 물론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 팔만대장경을 모셔놓고 있는 법보사찰로 유명하다.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보 사찰 가운데 하나다.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찾는 발걸음이 더 늘어난 것 같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 경내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걸려 있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5월의 신록이 산을 타고 오르고,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며 제 각각의 색이 마치 점으로 아로 새겨지는 요즘이 절을 찾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무심히 지나는 바람 소리, 계곡의 세찬 물소리에도 불심이 가득 차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 2012. 5. 14.
신록이 물드는 가야산 소리길에서 깊고 청명한 소리를 찾다 가야산 해인사를 여러번 다녔으면서도 '소리길'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그 말이 천고의 진리인 것 같다. 차로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을 지날 때마다 "이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걸어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람들의 욕심은 다들 비슷한 가 보다. '가야산 소리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생태탐방로는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지난해 3월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이 공동 투자해 조성에 나서 마침내 9월 16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대장경 축전장에서 시작해 무릉교와 최치원 선생이 풍류를 즐겼다는 농산정을 거쳐 해인사 영산교에 이르는 6km 코스다. 5월의 신록이 하루하루 세상 풍경을 바꿔주고 있는 요즘도 참 좋지만 단풍이 곱게 물드는.. 2012. 5. 12.
맑고 깨끗한 바람 속 소쇄원에서 붉은 동백꽃을 탐하다 그리 흔치 않은 곳이다.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설레고 언제든 시간이 나면 달려가고 싶어지는 그런 곳 말이다. 거리상으론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산책하듯 몇걸음만 움직이면 푸른 대숲을 이는 바람소리, 아담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꿈을 꾸듯 광풍각 마루의 온기를 손으로 느껴보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법이니 함부로 개인적인 느낌을 정답인 양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3대 정원이라는 거창한 수식이 붙는 이 소쇄원을 소개함에 있어서는 더욱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크기와 규모를 중시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면 필시 실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공간이다. 남아 있는 건물도 광풍각, 제.. 2012. 5. 6.
대구수목원의 지난 봄 풍경 콘크리트로 가득차 삭막하기만 한 도시 한복판에 잘 가꿔진 수목원이 있다는 건 대구시민에게 분명 행운이다. 한겨울을 제외하고 삼시삼철(?) 수목원은 철따라 꽃구경 나온 가족, 친구, 연인들로 늘 붐빈다. 수목원이라는 것의 설립취지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바람 쐬며 쉴 수 있는 공원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봄꽃이 한창인 요즘이 수목원을 찾기에도 적기일 것 같다. 온통 무채색 세상이던 것이 붉고 샛노란 원색의 꽃들이 피어나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땅에서 전해져 오는 봄기운을 머금은 신록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눈을 싱그럽게 해 준다. 꽃과 나무의 이름을 모른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눈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는 이 풍경들도 이미 몇.. 2012.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