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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7차전 리뷰 - 멀고도 험난한 윤성환의 시즌 4승

by 푸른가람 200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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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강봉규의 선제홈런 등에 힘입어 3:0 리드를 이어가고 있던 7회초. 삼성 선발 윤성환은 개막 3연승 이후 계속되던 부진에서 탈출하는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6회까지 불과 3안타 1볼넷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4월 18일 두산전 이후 41일만에, 그리고 7게임의 도전끝에 드디어 시즌 4승 고지에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7회초 또한번 삼성 코칭스탭의 조급증이 화를 불렀다. 1사후 이호준에게 2루타를 허용한 후 최정과 정면 승부를 피한 끝에 2사 1,2루 위기상황에 처하자마자 조계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SK는 박정환 대신 윤상균을 대타로 내세웠다.

윤성환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고 마운드를 내려올 것 같았던 조 코치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좌완 권혁을 불러 올렸다. 아직 윤성환의 투구수에는 여유가 있었다. 우타자 윤상균과의 승부를 생각했다면 평소대로 우완 정현욱이 올랐어야 할 상황이었고, 정현욱의 몸이 덜 풀린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윤성환에게 7이닝을 마무리짓게 하는 것이 맞았다.

불안한 감은 역시 적중했다. 홀드 부문 1위 권혁은 당당하게 마운드에 올랐으나 윤상균과의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잘못꿴 단추는 점점 더 꼬여갔다. 다음 타자 정상호에게 던진 초구가 대구구장 좌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 상단에 꽃혔다. 3:0 승부를 단번에 뒤집어버린 기적적인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부진탈출의 기회를 날려버린 윤성환에게 미안했던 탓인지 선동열감독은 순간 덕아웃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면 이젠 이런 자잘한 승부는 초월했다는 해탈의 미소였는지 짐작이 안간다. SK 필승 계투조 이승호, 정대현의 제구 난조 덕분에 삼성이 8회말 다시 밀어내기 결승점을 뽑아내며 재역전승을 이끌어냈기에 망정이지 오늘 역전패를 당했더라면 그 충격은 한동안 삼성을 괴롭혔을 것이 분명하다. 어찌보면 선동열감독은 운을 타고 난 것처럼 보인다.
 
5:4로 재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9회 오승환을 내세워 승리(22승 25패)를 지켜내며 LG를 5위로 밀어내고 4위에 복귀했다. 양팀의 마무리 오승환과 정대현의 운명은 오늘 경기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승환은 9회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시즌 14세이브를 올렸지만, 정대현은 8회말 채태인, 신명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뼈아픈 밀어내기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배영수마저 선발진에서 이탈한 삼성은 윤성환이 그 빈자리를 메꿔야만 한다. 팬들이 그를 '새로운 에이스'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기에 있다. 개막전 승리후 3연승의 신바람을 내던 윤성환에게 찾아온 지독한 슬럼프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찾아온 승리의 기회조차 불운에 날려 버렸다.

그러나 여기에서 무너진다면 그에게 에이스라는 칭호는 영원히 붙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국보투수였던 선동열감독도, 팔색조 조계현 투수코치도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 떨치고 일어설 수 밖에 없다. 시련은 있되, 좌절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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