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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한화 vs KIA 1차전 리뷰 - 헛심만 쓴 윤석민의 4.1이닝 퍼펙트

by 푸른가람 200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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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KIA의 올스타급 마운드를 상대로 힘겨운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연장 12회가 종료되기까지 4시간 40분이 걸렸고, 한화는 7명, KIA는 4명의 투수가 투입됐다. 올시즌부터는 무승부가 사실상 패로 인정되다보니 두팀 모두 헛심만 쓴 격이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은 큰 것은 KIA쪽이었다.

4년만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군산 월명야구장의 만원관중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선취점은 KIA의 몫이었다. KIA는 1회말 장성호의 안타와 나지완의 볼넷으로 맞은 1사 1,2루 득점챤스에서 '해결사' 김상현의 적시타로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최근 KIA의 상승세는 고향으로 돌아온 김상현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한화도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3회초 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쳤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여상이 동점홈런을 날리며 호투하던 KIA 에이스 양현종의 심기를 건드렸다. 양현종은 강동우와 디아즈에게 볼넷을 허용하더니 김태완에게 우익선상 적시타를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곧바로 이범호의 내야땅볼때 디아즈마저 홈을 밟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1:3으로 뒤집혔다.

이대로 무너지는가 싶던 양현종의 위기는 딱 3회 뿐이었다. 새로운 KIA의 에이스 자리를 노리고 있는 양현종다운 위력적인 투구로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KIA의 추격을 가능케 했다. 5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자범퇴의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양현종은 이후 유일한 위기였던 5회 무사 1,2루의 위기에서도 한화의 클린업트리오 디아즈, 김태완, 이범호를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위기에서 탈출했다.  

양현종의 호투가 계속되자 경기중반 KIA 타선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6회말 최희섭의 솔로홈런이 신호탄이었다. 호투하던 한화 선발 유원상이 홈런을 허용하자 김인식감독은 마정길을 긴급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마정길은 김상현과 이종범을 범타처리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듯 보였지만 안치홍, 김상훈, 이현곤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경기의 흐름이 다시 한번 뒤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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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으로 역전된 1점차 KIA의 리드상황. 마운드에는 아직 양현종이 버티고 있었고, 유동훈, 김영수, 임준혁 등 중간계투진의 힘도 충분히 비축된 상태였다.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윤석민도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고 있어 KIA의 연승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양현종은 조범현감독의 바람대로 7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마운드를 넘겼다.

남은 이닝은 겨우 2이닝. 셋업맨이 1이닝만 막아주고, 윤석민이 9회에 오르면 오늘 경기도 쉽게 마무리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예상대로 KIA의 '믿을맨' 유동훈은 선두타자 디아즈를 투수 땅볼로 유도하며 남은 아웃카운트를 5개로 줄였다. 다음타자는 김태완과 이범호. 다들 한방이 있는 타자들이지만 유동훈도 우타자 대결엔 어느정도 자신이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조범현감독의 선택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4:3 박빙의 리드상황이었고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거포들이 연달아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한기주의 구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현장에서 판단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한기주는 나오자마자 김태완에게 동점홈런을, 이범호에게는 2루타를 허용하며 졸지에 역전위기를 자초했다. 다음타자 추승우를 공 세개로 간단하게 삼진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한기주의 역할은 그기까지였다. 조범현감독은 동점상황에서 곧바로 윤석민을 투입시켰다.

선발에서 마운드로 역할이 바뀐 윤석민은 8회 2사 2루의 위기상황에서 신경현을 삼진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이후 경기가 종료된 12회까지 무려 4.1이닝동안 외롭게 마운드를 지켰다. 4.1이닝동안 맞이한 13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한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탈삼진도 6개나 뺐어냈지만 KIA타선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무리투수답지 않게 57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결국 헛품만 팔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팀의 마무리 투수인지, 롱릴리프인지 분간이 안가는 조범현감독의 투수운영이었다.

KIA로선 공격에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9회말 1사 만루에서는 초구에 난 스퀴즈 사인을 박기남이 보지 못해 3루주자가 객사했고, 연장 11회말에는 1루주자 김원섭이 나지완의 안타때 홈으로 폭주하다 아웃당하며 극적인 끝내기 기회를 놓쳐 버렸다. 다음 타자가 타격감이 좋았던 최희섭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리한 베이스러닝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연장 12회말에서도 선두타자 최희섭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득점기회를 맞는가 싶더니 또한번 박기남의 번트 실패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난 삼성과의 대구 3연전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KIA로서는 내심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는 호기를 일단 놓친 셈이다. 조범현감독의 무리수 속에 또한번 한기주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함으로써 투수 운용은 꼬여버렸다. 윤석민의 4.1이닝 등판은 아무리 급박한 팀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분명 무리수였다. 이또한 조범현감독의 '승부수'라고 해석해야 할까?

*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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