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한국시리즈 진출의 9부능선을 넘다.

사실상 승부는 끝난 듯 보인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한화를 8:0으로 가볍게 누른 두산이 2차전에서도 타격전끝에 9:5 승리를 거두며 2연승.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두었다. 9부 능선은 이미 넘어서지 않았나 싶다. 류현진이라는 빅카드가 남아있긴 하지만 시리즈 전체 승부의 추를 되돌릴만한 힘이 한화에 남아있지는 않은 듯 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5경기를 지켜보면서 야구는 역시 '투수놀음'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튼튼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마운드 운영이 한번 뒤틀리면 팀 전체가 종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또하나의 기본은 바로 수비에 있다. 두산의 고영민, 이대수가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수비와 한화의 내야진, 특히 오늘 경기에서는 폭투 하나에 2점을 허무하게 상대에 헌납하는 모습은 왜 두산이 이길 수 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김동주, 안경현, 홍성흔 등 몇몇 베테랑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큰경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파이팅도 눈여겨 볼만 하다. 1차전에서는 이대수가 4타수 4안타의깜짝 활약을 선보이더니 2차전에서는 이종욱, 김현수가 홈런포로 잠실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제 누가 이들의 신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한다. 두산의 육상부 3총사가 1루에 출루만 하면 한화의 배터리와 내야진, 코칭스탭 모두 좌불안석이다. 보이지 않는 전력의 플러스 요인들이 두산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두산은 김명제를 예고했고, 한화는 비장의 카드 류현진을 꺼내 들었다. 한화로선 지면 끝장이다. 배수의 진이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워 2연패 후 3연승이라는 대반전 드라마를 이끌어 낼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준플레이오프때도 그랬듯, 류현진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3차전 초반의 흐름이 중요하다. 한화가 선취점을 내주고 이끌려간다면 자칫 싱겁게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류현진을 받쳐줄 투수가 한화 불펜에는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화의 힘은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