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책을 고르는 시간은 그저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겠지만 일년에 겨우 집히는대로 책 몇권을 어렵사리 읽는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나같은 사람에겐 특히나 더 그렇다. 1년에 한번, 연초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거창한 새해계획중 한가지로 선택되는 독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심란해진다.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잘 읽었다고 소문이 나는 것일까. 나름 책좀 읽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틈에서 말이라도 한마디 섞을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손쉬운 방법이 있다. 베스트셀러 중에서 하나를 골라 보면 되는 것이다. 특별히 고민할 필요도 없다. 가장 많이 팔렸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사서 읽었다는 얘기요, 그들의 공통화제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가 된다.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어지간한 독서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으론 최선이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올해도 야심찬 프로젝트로 선정한 ‘1주 1책 운동’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다. 사실 ‘1주 1책 운동’은 말그대로 1주일에 책 한권을 읽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책을 열심히 읽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1주일에 책 한권 이상을 사겠다는 뜻이다.
보지도 않을 책을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일단 주변에 책이 많으면 손이 가게 되는 법이다. 또한 책은 좋은 장식수단이 된다. 현학적 허세를 충족시켜줄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책으로 가득찬 책장, 서재가 있는 집은 뭔가 좀 달라 보이는게 사실 아닌가. 새해 첫 선택은 ‘시크릿’이란 책이었다. 역시 이 책도 인터넷 사이트를 휩쓴 베스트셀러임은 당연하다. 책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꼼꼼하게 확인해 보지 않고 덜컥 구매해 버렸다. 책이 배송되고 있을 즈음에야 서평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첫 느낌은 마치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나 할까.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니 도대체 이런 좋은 책이 왜 이제야 나온 것일까.
책의 저자는 인류역사상 위대한 성현으로부터 동시대의 성공한 인물을 총동원해 자신이 발견한 성공의 비밀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책을 읽고난 느낌을 짧게 표현하자면 낚였다고 할까. 굳이 “비밀”이라는 거창하고 사람을 끄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책에서 나열된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혹자는 이 책을 혹평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그저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냐고. 그러나 그런 얘기는 아니다.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 맛난 열매가 떨어지길 막연히 기다리라고 얘기하진 않는다. 이 부와 성공의 비밀은 사람이 그저 원하기만 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간절히 원하고, 또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또한 아낌없이 베풀 줄도 알아야 마침내 부와 성공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얘기한다.
솔직히 말해 책을 사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잘 쓰여진 리뷰 한편, 혹은 각 도서 사이트의 책 소개만 봐도 이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대강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속에서 이런 ‘비밀’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며, 그러한 노력은 자연스레 독자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행동방식으로 유도함으로써 그들의 인생이 좀더 풍요로워 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밀스런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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