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승으로 박진만 감독 첫 승 신고, 신구 조화 빛났다

개막전 영봉패의 치욕을 안겼던 NC를 상대로 삼성이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습니다.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2차전에서 삼성은 베테랑 강민호와 동점 쓰리런홈런과 모처럼 이름값을 한 해외파 김동엽의 4안타 활약을 앞세워 8-6 두 점 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삼성 박진만 감독으로선 천만다행입니다. 최강의 원투펀치로 손꼽혔던 뷰캐넌, 수아레즈를 내세우고도 홈 2연패를 당했더라면 그 후유증이 상당히 길고 깊어졌을 겁니다. 자칫 신임 감독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 발 빠른 투수교체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고, 선수들도 구장을 가득 차운 홈팬들 앞에서 연패만은 당하지 않겠다는 투지가 돋보였습니다.

능력과는 별개로 감독들은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입니다. 특히나 지도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임 감독들은 시즌 초반의 팀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승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성적으로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허다합니다. 그런 연유로 박진만 감독에게 개막 시리즈에서 첫 승을 따낸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할 것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외국인 선발투수 듀오의 부진이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 개막전에서 뷰캐넌은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두번째 경기에서 수아레즈 역시 대거 6실점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볼 빠르기는 150km/h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공의 제구가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엔 그저 불운 탓으로 돌렸지만 올해는 나름의 확실한 승부구를 보여줘야 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베테랑들의 투지가 빛난 부분입니다. 데뷔 20년차 포수 강민호는 3-6으로 뒤지던 5회 1사 1, 2루 상황에서 NC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으로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지난해 구창모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킬러 본색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늘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김동엽은 어제 경기에서 4안타를 휘몰아 치는 안타쇼를 펼쳤습니다.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의 영양 만점짜리 공격력을 선보인 김동엽은 오랜만의 출전 기회에서 기량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박진만 감독의 타선 운영에 좋은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그동안 장타력에 비해 타격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동엽이었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간결한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운 좋게 몰아치기에 성공한 것인지, 자신에게 맞는 타격 매커니즘을 찾은 것인지 앞으로 경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장타력을 겸비한 김동엽이 알을 깨고 나온다면 분명 삼성 타선에는 천군만마가 될 것임을 분명해 보입니다.

NC와의 개막 2연전을 1승 1패로 마친 삼성은 화요일부터 한화를 상대로 홈3연전을 갖게 됩니다. 한화가 키움과의 개막 2연전에서 연이은 끝내기 패배로 팀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삼성은 초반 성적과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원태인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던져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