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끝내기 패배 허용한 오승환, 삼성의 문제는 4, 5선발 뿐만이 아니다

by 푸른가람 2023. 4. 9.
728x90

반가운 것은 에이스 뷰캐넌의 컨디션 회복 징후, 단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부진한 피칭을 보여 일말의 불안감을 안겼던 뷰캐넌은 시즌 두번째 등판이었던 8일 잠실 LG전에서도 출발이 좋지 못했습니다. 1회 제구 난조로 고생하면서 실점을 허용했지만 단 1점으로 막아낸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2회부터 8회까지 혼신의 투구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일시적인 부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의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이 한바퀴 돈 시점에서 삼성 선발진의 성적을 그야마로 처참합니다. 하지만 수아레즈, 원태인까지는 곧 컨디션 회복을 해 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제4, 5선발에 있습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삼성의 고민거리였던 선발 투수진의 마지막 퍼즐은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정현은 2021년 이전의 평범한 투수로 돌아갔습니다. 현재의 구위와 제구를 가지고는 선발투수는 커녕 1군 로스터에 계속 이름을 올리기도 버거워 보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2021년의 백정현에 우리가 너무 길들여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진만 감독 또한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경기 더 등판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밝혔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저 또한 백정현의 인성과 노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좋은 성적을 올려주길 바라고 있습니다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지금의 실력으로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 혹은 이것이 원래의 실력인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5선발 자리도 마찬가집니다. 현재는 양창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정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첫 등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또다른 선발 후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체 후보군 역시 크게 기대가 되는 선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1군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호성이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첫 실전 등판에서도 대담한 피칭으로 박진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바 있습니다.

물론, 선발의 두 자리도 불안하기는 하지만 제가 시즌 전부터 우려했던 것은 클로저 자리입니다. 박진만 감독은 베테랑 오승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불만입니다. 어제 LG전에서도 오승환은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지난 시즌 허삼영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던 13연패에도 오승환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올시즌 세번의 등판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일 NC전 1.1이닝 동안 탈삼진 1개를 기록하며 첫 세이브를 올려 첫 출발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4일 한화전에서는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첫 실점을 허용했고 피렐라의 살신성인 호수비가 아니었더라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을만한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 이후 등판한 LG전에서도 상대를 압도할만한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 못했습니다. 천하의 오승환이라고 하더라도 나이는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박진만 감독도 엄연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승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스스로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그동안의 공적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야구는 팀 플레이입니다. 어제와 같은 경기가 되풀이되면 올 시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워집니다. 고집을 버려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