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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의 불명예가 남긴 과제

by 푸른가람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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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 라스트 댄스는 중국과의 경기가 최종 무대가 되었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체코가 호주에 3-8로 크게 패하면서 우리 팀은 중국과의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로서 대한민국은 WBC 대회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로 중국전에 나서겠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 특별한 동기 부여가 될 리는 없습니다. 큰 점수 차로 이겨 최소한의 체면치레라도 해야 거센 비난을 조금이라도 모면할 수 있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라이트한 야구팬들은 야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떨어져버렸을 겁니다. 오늘 저녁에 펼쳐질 중국전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켜볼 지도 미지수입니다.

호주와 일본에 연거푸 패하고 나서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가 이미 나왔습니다. 무엇이 한국야구를 이 지경으로 몰고 왔나 하는 때늦은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 너머로 야구대표팀을 향한 도른 넘은 비난과 조롱까지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 아무리 뜨겁던 성원과 찬사도, 매서운 회초리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집니다. 야구에 진심인 사람들은 국제대회 성적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야구를 보며 응원할 것이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또 다음 국제대회에서 먹잇감을 호시탐탐 기다리겠죠.

이번 WBC 대회의 실패가 일시적인 분노와 비난의 대상으로만 그쳐서는 안될 일입니다.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을 하고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이번 대회를 보더라도 이미 세계 야구 판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야구 변방이라며 가벼이 여겼던 나라들의 실력이 만만찮게 성장했고, 전통적인 야구강국이라 자부했던 나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루이틀에 생겨난 문제점들이 아닙니다. 단기간에 고치기도 어렵고 또 금방 재발될 수 있는 고질병같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야구계 전반의 획기적인 개선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탈피하기란 요원해 보입니다. 한국의 프로리그는 양적 확대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는 수준 저하가 심각합니다. 각 팀의 1, 2선발은 대부분 외국인 투수로 채워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타니 쇼헤이, 다리빗슈 유, 사사키 로키 등 일본의 에이스들과 맞먹는 투수를 육성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내 아마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프로리그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낯뜨거운 수준의 실책이 쏟아져 나오고, 포수가 요구하는 코스에 공을 던지지 못하고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들이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는 프로리그는 결국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백억 짜리 FA 계약이 나오고, 평균 연봉이 일본을 따라간다한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야구팬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실력은 없는데도 무슨 대회만 나가면 당연히 우승을 노립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야구강국이었습니까.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3위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가 이어졌고, 그 흐름은 2009년 두번째 WBC 결승에 진출하며 절정을 이뤘습니다. 물론 연장전에서 이치로에게 통한의 결승타를 허용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 당시 한국야구는 실력 이상을 성적으로 보여줬던 기적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화려한 성과들은 선수들의 뜨거운 투지와 행운의 여신이 만들어낸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신화가 결국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눈은 높아지고 몸값만 올라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과대평가 속에 온실 속 화초로 전락한 것입니다. 야구계 모두의 잘못입니다. 

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은 물론 이번 대회에서 유독 부진을 면치 못했한 몇몇 선수들만 콕 집어 쓴 소리를 할 일이 아닙니다. 야구계 전체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한국야구 중흥의 마스터플랜을 합심해서 마련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 중국전에서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유종의 미를 거두어주길 바랍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오가며 악천후 속에서 훈련하고,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도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했던 선수단 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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