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KBO 레전드의 WBC 해법? 안우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by 푸른가람 2023. 3. 12.
728x90

충격적인 호주전 패배에 이은 일본전 참패로 야구계 분위기가 한껏 격앙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일부 선을 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레전드 중의 한명인 양준혁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안우진에게 기회를 줘야 했었다."고 밝히며 이번 대표팀에 안우진이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물론, 그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 저 역시도 일본전을 보면서 안우진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비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국내 프로리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라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사실상 국내 투수 가운데 원탑이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일 테니까요.

그래서 추신수 선수도 '학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안우진이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뷰를 해 한동안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야구를 잘 아는 야구인이라면 누구라도 안우진의 야구 재능을 높게 평가할 겁니다. 만약 그가 이번 대표팀에 선발되어 일본전에 뛰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도쿄돔에서의 참패를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야구만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되어서는 안됩니다. 누구보다 야구인들 스스로가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안우진 한 명이 있고 없고가 한국 야구 수준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면 그 얼마나 낯뜨거운 일입니까. 국내 아마야구 전반의 저변을 보다 확대하고, 탄탄한 기본기와 훌륭한 인성을 갖춘 선수들을 길러내려는 노력을 야구인들이 해줘야 합니다.

몇 수 아래 팀이라고 생각했던 호주에 속절없이 패하고, 운명의 라이벌이라 자부했던 일본에 아홉 점 차 대패를 당하고 나면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속상하고 부끄럽고 또 화나는 것 당연합니다. 그럴수록 보다 냉철해져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바꿔 나갈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나와줘야 할 겁니다. 대표팀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 자조섞인 조롱으로는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야구강국이었다고 눈높이만 대책 없이 높아져 버렸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