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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by 푸른가람 201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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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논의했으나 유보 결정을 내렸다. 가까운 시일 내 재논의는 없을 전망이어서 야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속에 그 주인공을 기다리던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준비 없이 제10구단 창단을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심각한 선수 수급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이 유보 결정의 표면적인 이유였다. 고교 야구팀을 늘리고 신인 지명제도 보완 및 야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여건이 성숙된 다음에 제10구단 창단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구단들의 입김에 KBO가 사실상 굴복한 셈이다.

KBO 이사회를 앞두고 제10구단 창단에 회의적이던 일부 구단이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한때 흘러나오며 한껏 고무되었던 야구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다. 참여 기업을 물색하는 등 프로야구단 창단을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왔던 수원시와 전라북도 관계자들도 힘이 빠지게 생겼다.


▼ 선수협 강력 반발, "프로야구 시장 확대가 아마야구 저변 키울 것"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이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즉각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KBO 이사회의 제10구단 창단 유보 결정이 "무책임하고 구단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하며 7월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보이콧은 물론 내년 3월 예정인 제3회 WBC 대회에도 불참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제10구단 창단이 무산되면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NC 다이노스가 2013년 시즌부터 1군 리그에 합류하게 되면 홀수 팀 운영에 따른 문제점이 속출할 것이 분명하다. 전체 경기수는 당연히 늘어나겠지만 팀당 경기수는 현재의 연간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오히려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며칠씩 경기를 쉬어야 하는 팀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난 19일 KBO 이사회에서 내년 시즌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 편성 등을 통해 팀당 경기수를 136경기로 더 늘이려 논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무리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오히려 경기력 저하와 선수들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협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의 인기는 비약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대 최소경기인 126경기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 추세라면 역대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해 700만명을 넘어 금년에는 8백만명 이상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행 몰이에 나서고 있는 지금이  신생구단 창단, 야구 인프라 확대  등 프로야구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 선수협과 뜻있는 야구인들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프로야구의 외연을 확대해 팀 수가 늘어나면 선수 공급원인 아마야구의 저변도 자연스레 넓어질 것이라는 것이 선수협의 시각이다. KBO 이사회의 논리와는 달리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얘기다.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새롭게 터를 잡은 이후 경남지역에 부는 야구 열기는 선수협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 프로 구단들, "제10구단 창단 아직은 시기상조"

구단들의 입장은 제각각 다르다. 넥센 등 일부 구단은 프로야구 흥행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신생 구단의 창단을 통해 프로야구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 구단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수원이나 전북 등 제10구단 창단 후보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구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동병상련의 처지인 롯데 구단이 대변인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 창단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전력이 있는 롯데 장병수 사장은 "미국이나 일본이 왜 30개팀, 12개팀으로 운영하는 지 잘 알아야 한다"며 "선수 수급이나 야구장 인프라 문제, 관중 동원의 한계를 봤을 때 10구단은 시기상조"라며 제10구단 창단에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고교 야구가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기존 9개 구단에 선수 수급하기도 힘들다는 것.

제10구단 창단 문제는 "5년이나 10년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한 장 사장의 발언은 대다수 프로 구단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 야구팬의 기대와는 상당한 시각차를 두고 있다.


▼ 구단과 선수협이 머리 맞대고 상생 해법 찾아야

많은 야구팬들은 KBO 이사회의 결정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선수 수급 문제를 반대 이유로 내놓고 있지만 속내에는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겉으로는 적자 타령을 하고 있지만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프로야구 시장을 경쟁 기업에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구단의 입장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비록 명분일 뿐이라고 해도 미국과 일본의 아마야구 저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단기간에 2개 구단이 창단됨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비단 일부 구단들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 입장에서야 보다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 신생구단 창단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하지만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없는 구단의 입장은 또 다를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단은 대부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다. 지금껏 프로야구는 모기업 홍보를 위한 얼굴 마담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해마다 누적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해 왔던 것은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미디어 노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프로야구의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이나 부산 등 빅마켓을 끼고 있는 일부 구단의 경우 지금과 같은 프로야구의 인기를 잘 활용해 마케팅을 펼친다면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임에도 구단들이 적극성을 띠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프로야구가 '돈되는 장사'로 인정받게 된다면 보다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프로야구의 기반은 더욱 견고해 질 수 있다.

선수협과 구단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이상 깊어져서는 안된다. 좋든 싫든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할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 보다는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든든한 지원 삼아 프로야구의 근본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 구축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KBO 역시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구단들이 프로야구 참여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당근'을 던져 줄 필요가 있다.

이번 제10구단 창단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푸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양자의 시각 차이를 좁히고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기 위한 KBO의 행정력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선수협과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묘안을 찾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와 구단, 그리고 야구팬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모범적인 프로리그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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