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오리무중 속 프로야구 판도, 안개 걷혀가나

by 푸른가람 2012. 6. 19.
728x90

자고 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2012년 프로야구 판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우승 후보 0순위로 지목되던 삼성의 초반 몰락과 더불어 전반적인 전력 평준화로 인해 절대 강자가 사라진 정글의 주인 자리를 놓고 8개 구단이 매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두달 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안개 속 판도는 여전하다. 18일 현재 SK가 32승 1무 23패, 승률 5할 8푼 2리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LG와 넥센이 29승 2무 2패, 선두와 세 경기차 동률 2위에 올라 있으며  롯데 - 두산 - 삼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력 불균형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한화는 선두와 12게임차로 멀어지며 사실상 순위 싸움에서 낙오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7위 KIA는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만수 감독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SK는 공수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두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팀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 현재 페이스도 나쁘지 않지만 에이스 김광현의 가세로 추진력을 얻은데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게 되면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팀들은 고만고만한 전력으로 물고 물리고 있다. 순위 변동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선두를 수성하고 있는 SK, 7, 8위에 쳐져 있는 KIA, 한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5개 구단은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연승을 내달리기도 하는 반면, 에이스의 부재로 인해 깊은 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LG와 넥센의 분전은 놀랍다. 시즌 개막 직전 승부 조작 파동의 직격탄을 맞은 LG의 2012년 시즌 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에이스 박현준은 물론 넥센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트레이드 해 온 김성현까지 전력에서 이탈해 선발진에 큰 구멍이 생긴데다 리즈가 선발로 돌아선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마무리도 마땅찮은 상황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했던가. 차명석 코치의 다소 변칙적인 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지금까진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전혀 새로운 투수로 탈바꿈한 유원상의 불펜과 봉중근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도 든든하다. 이진영이 부상으로 이탈하긴 했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빈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는 점도 LG로선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선수 팔아 먹으며 근근히 팀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넥센은 2012년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투자로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해외파 김병현을 영입했고 LG로 떠나 보냈던 이택근을 다시 데려왔다.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감지한 탓일까.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넥센 선수들은 어느새 이기는 맛에 익숙해져 갔고 넥센은 팀 창단 후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4위권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넥센으로선 고무적이다. 팀 타율(.257)은 8개 팀 중 7위, 팀 평균자책점(3.95)은 5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상위권을 달릴 수 있는 비결은 장타력에 있다. 넥센은 18일 현재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55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택근 - 박병호 - 강정호로 이어지는 막강한 중심 타선은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넥센으로선 지난 시즌 LG에서 심수창과 함께 이적해 온 박병호가 그야말로 '굴러 온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박병호에게도 그 트레이드는 야구 인생 최고의 반전이나 마찬가지.

 


4위로 조금 쳐져 있긴 하지만 롯데는 공격력과 투수력의 균형을 갖춘 몇 안되는 팀이다. 최근 몇년간 가장 뜨거운 타격으로 각광받고 있는 팀답게 롯데는 팀 타율(.270) 1위에 올라 있고, 평균자책점도 3.85로 SK(3.71)에 이어 두번째로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공수의 핵심이 빠져 나간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적인 팀 공격력은 뛰어난 편이지만 큰 것 한방을 쳐 줄 만한 거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강민호가 8개, 박종윤이 7개, 홍성흔이 6개를 치고는 있지만 이미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구단 중심타자들에 비하면 상대 투수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롯데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용훈이 5승, 송승준과 유먼이 4승, 사도스키가 3승을 올리고 있지만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투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김성배와 최대성이 버티고 있는 불펜은 여전히 믿음직스럽지만 15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클로져 김사율은 기복이 심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점 또한 롯데의 불안요소다.
 


니퍼트와 프록터라는 특급 외국인 투수를 확보한데다 이용찬, 임태훈까지 선발진에 가세한 두산은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 됐었다. 두산 육상부의 위력은 여전할 것이고, 김현수와 김동주의 중심 타선의 파괴력 또한 다른 팀에 뒤질  것이 없다는 전망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수비와 넘치는 포수 자원으로 다른 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팀이 바로 두산이었다. 
 
두산의 현실은 예상보다는 훨씬 험난하다. 선발투수는 니퍼트(7승), 이용찬(6승)을 제외하고는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다. 지난해 에이스로 성장했던 김선우가 부진한데다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던 임태훈 역시 기대에는 못미치는 모습이다. 그나마 홍상삼 - 프록터로 이어지는 이른바 '홍프 듀오'가 건재하다는 것이 두산으로선 위안거리다.

두산의 팀 타율은 2할 6푼 7리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 기록은 롯데(.270)와 삼성(.268)에 이어 세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문제는 홈런과 도루에 있다. 두산의 팀 홈런은 겨우 25개로 이 부분 꼴찌인 KIA(16개)에 이어 두번째다. 거포들이 즐비했던 두산의 기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또하나 두산 육상부의 부진도 심각하다. 두산의 팀 도루는 45개로 SK(29개), 한화(38개)에 이어 세번째로 적다. 신임 김진욱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이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가장 미스테리한 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성이다. 시즌 개막 전 모두가 인정하는 우승 후보였던 삼성은 개막 이후 5할 승률 언저리에서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믿었던 필승 불펜진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진했고 지난해 MVP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의 동반 부진이 타선의 약화를 불러 왔다.

한때 7위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6월 들어 상승세를 타며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지금은 다시 6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눈에 보이는 기록만으로는 삼성의 부진이 설명되지 않는다. 삼성의 팀 타율은 2할 6푼 8리로 롯데(.270)에 이어 두번째로 높고, 팀 평균자책점도 3.85로 SK(3.71)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42개)과 도루(67개)도 결코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문제는 역시 불펜에 있었다. '지키는 야구'라 불리며 불펜의 힘으로 먹고 살았던 삼성으로선 한화(11세이브)에 이어 두번째로 작은 12세이브에 자존심이 상할 만 하다. 홀드 숫자에서도 15홀드로 넥센(9홀드)과 KIA(14홀드)에 이어 세번째로 작다. 어느 한두명이 아닌 불펜 전체가 동반 부진에 빠진 이유를 그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 선동열 감독의 귀향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KIA의 추락 역시 얘기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가공할만한 공격력에다 선동열 감독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불펜야구가 KIA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가정 하에 KIA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KIA의 성적표는 볼 품이 없다.

부진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KIA의 자랑이던 장타력 실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희섭, 이범호, 김상현, 나지완 등 거포가 즐비하지만 올시즌 하나같이 부진하다. KIA의 팀 홈런은 16개로 홈런 부문 선두인 넥센의 강정호가 기록중인 19개 보다 적은 수치다. 

또하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레전드 이종범의 은퇴 또한 KIA의 성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선동열 감독 부임과 맞물려 이종범의 거취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좋은 동반자 관계가 유지될 것 같았던 핑크빛 무드는 시범경기 도중 갑작스런 이종범의 은퇴 발표와 함께 깨져 버렸다. 이종범의 후계자로 선동열 감독이 줄기차게 밀었던 신종길의 부진이 이어지며 팀 케미스트리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시종일관 최하위에서 벗어날 조짐이 없는 한화의 현실은 답답하다. 박찬호라는 대형 스타의 영입, 김태균의 국내 복귀, 특급 불펜 송신영의 가세로 그 어느 해보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시즌 개막을 기다렸던 한화팬들에게 보여진 현실은 마무리 투수 실종, 류현진의 부상, 뒷목 잡게 만드는 수비 실책 등 암울한 것들 뿐이었다.

오리무중 속 프로야구 판도 속에서 한화의 꼴찌 가능성만이 확실시되고 있다. 선두와 12게임차, 중위권과도 8게임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한대화 감독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의 전력으로 끝까지 밀어부칠 것인가, 아니면 팀을 재정비해 내년 이후를 노려볼 것인가. 한화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지만 현재의 전력과 팀 분위기로 4강에 들기 위해선 기적을 바라는 편이 더 빠를 것 같다.
 
각 팀별로 많게는 58게임, 적게는 55게임을 치뤄 일정의 40%를 조금 넘어선 상황이다.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순위 레이스가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판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서히 선두와 중위권, 중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2012년 시즌. 감독은 죽을 맛이지만 야구팬들은 이래서 매일매일 야구 볼 맛 난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009 )에 게재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