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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

by 푸른가람 201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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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책이나 신문, 방송을 통해 포장되거나, 혹은 왜곡되거나 확대 재생산된 이미지에 현혹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인도를 생각하면 무수한 단어들이 떠오른다. 카스트의 나라, 신들의 나라, 새롭게 급부상하는 IT 강국, 혼란과 무질서, 힌두교와 흰 소, 갠지스강...

이런 무수한 단어들 속에는 또한 인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꿈과 염원이 투영된 면도 있으리라.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서 재단된 인도의 모습, 그것을 '아름다운 거짓말'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나름 추측해 보게 된다.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체 명의로 펴낸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는 책은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를 비롯, 인도를 다녀온 열두 명의 예술가들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도 여행담을 담았다. 예술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은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보고 느끼고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의 대표 격인 함성호 시인은 "여행은 자신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고향이자 안식처와도 같은 산. 그 산의 어머니같은 히말리야가 있어 인도는 특별한 것일테지만 그 산을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문화를 만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니 결국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것임을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인도에 대해서는 크게 끌림이 없다.그 어떤 화려한 수사로 인도라는 땅을 포장한다 해도 지금 당장은 싯다르타의 고행의 흔적을 좇거나 삶과 죽음이 함께 흐르는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고 싶지는 않다. 먼 훗날 나의 영성이 더욱 돈독해져 그 영혼의 울림이 나를 이끄는 때가 온다면 물론 그때는 거부하지 못할 테지만.

솔직히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함성호 시인이 바랐던 것처럼 인도에 대한 조그마한 앎의 한 장이 되었다고 자신있게 얘기하기는 어렵다. 열두 명 예술가의 여행의 기록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게 인도는 알듯 모를듯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이지만 힘든 삶 속에서도 아트만(참 자아)이 있는 뜨거운 가슴으로 신과의 합일에 이르고자 하는 그들은 분명 특별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태형이라는 시인의 시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 시가 특별히 인도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수많은 여정의 끝을 마무리 하기에 적당한 느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내게 물어보지 마라. 이 시가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 지를. 나도 모르고, 그도 모르고, 또 인도도 모를 것이니.

다시 길을 돌아 나올 때면 나그네요
그대는 누군가 멀리서 부르는
어떤 이름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그대를 부르는 이름이라고 해도
뒤돌아보지 마라 그 길은 옛 이름으로만 불릴 테니
                                                                                                   김태형, <초원의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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