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2008년 대구구장 첫 관람기

by 푸른가람 2008. 4. 11.
728x90

오늘 대구구장에 가서 2008년 첫 관람을 했습니다. 선발이 배영수라니 그래도 지진 않겠거니 하는 기대를 가졌었죠. 일찍 서둘렀지만 야구장에 들어서니 벌써 2회말. 4번타자 심정수 타석이더군요.

전광판을 살펴보니 롯데가 안타1, 사사구1를 얻었더군요. 오늘 에이스 컨디션이 별론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1루측에도 관중들이 꽤 많더군요. 3루가 꽉 찰 거 같아 일부러 1루쪽으로 들어왔는데..이거 뭐 홈구장인데도 1루관중석엔 삼성팬, 롯데팬이 거의 반반인 거 같았습니다. 앞뒤, 옆에 서로 앉아 상대팀을 응원하는 모습이란^^;;

아무튼 경기결과는 다들 아시듯 삼성의 2:0 승리였습니다. 배영수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파이어볼러 권혁이 2와 1/3이닝 완벽투를, 마무리 오승환은 모처럼만에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이기긴 했지만 솔직히 별로 재밌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같이 간 일행들은 간간이 무료한 표정이 역력했으니까요. 저야 뭐 이러나 저러나 야구는 다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거리 위주로 오늘 경기를 간략히 정리를 해볼까요?

1. 허승민의 첫 안타

이제나 저제나 터질까 고대하던 막내 허승민의 마수걸이 안타가 드디어 터졌습니다. 개막전 선발출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파울라인을 아쉽게 벗어나는 타구가 유난히도 많았던 선수. 신인선수가 자칫 자신감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이용훈을 상대로 깨끗한 우전안타로 프로 첫 안타 신고를 했습니다. 첫 도루기록에도 도전했으나 이번에도 도루실패. 발은 빠른데, 센스는 아직은 떨어져 보입니다. 특히 투수의 투구폼을 뺏는 데 익숙치 않아 보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겠지요. 스타트가 한참 느리니 포수의 악송구가 아니라면 2루 도루는 쉽지 않겠지요. 그래도 기본은 갖춘 선수니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2. 배영수 시즌 2승. 갈수록 좋아진다.

오늘이 올시즌 세번째 등판이었습니다. 위기도 몇차례 있었지만 매경기마다 경기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개막전에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런 난조에 빠지더니, 두번째 등판에서는 그래도 5이닝을 먹어주었지요. 오늘은 4회 1사 1,3루의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 막아낸후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대구구장 전광판에 찍힌 투구속도는 평균 140km대 중반. 최고는 147km까지 찍었던 것 같습니다. 롯데 타자들이 뱃 중심에 잘 맞췄지만 힘에서 조금 밀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등판이 더욱 기대됩니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좀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이 보입니다.

3. 박한이의 빈자리

오늘도 박한이는 결장했습니다. 경기 후반에 대수비로 잠깐 나왔으니 결장은 아니겠군요. 큰 부상은 아니라지만 다음주나 되어야 타석에 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한이가 빠진 삼성 타선은 역시 좀 허술해 보입니다. 신명철, 최형우의 테이블세터진이 차려주는 밥상은 반찬이 그리 많지도 않았고, 클린업트리오의 부진은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하위타선에서 터진 연속안타로 오늘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이 아무리 지키는 야구를 지향하고, 마운드의 힘으로 먹고 산다지만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겠죠? 심정수를 빼고는 3할타자를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심정수는 늘 부진한 듯 한데도 타율을 보면 늘 3할 이상이더군요. 미스테리입니다.

4. 역시 든든한 K.O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오늘 등판한 세명의 삼성 투수중 권혁의 구위가 가장 좋아 보였습니다. 배영수도 6이닝을 무실점을 막아냈고, 마무리 오승환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만 권혁에 대한 선동열감독의 믿음이 제일 강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늘도 왼손, 오른손 타자 가리지 않고 2와 1/3이닝을 잘 막아줬습니다. 권오준도 잠깐 몸을 풀었었는데 권오준만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면 올시즌 삼성의 불펜진은 그야말로 상대팀에겐 갑갑하게 느껴질 법 합니다.

5. 대구의 야구열기는 어디로 갔을까?

배영수 선발경기고, 1위팀 롯데와의 경기니 매진은 아니더라도 10,000석 이상은 차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건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오후까지 비가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대구구장의 관중는 너무 적습니다. 예전 삼성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시리즈를 써내려 갈때도, 간혹 4위에 턱걸이를 하지 못했을 때도 대구의 야구열기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1990년대 초반 평일 경기에도 매진이 돼서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을 위해 야구장밖에 차량용화면을 틀어주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한때는 대구구장의 일상이기도 했었는데 요즘 대구구장을 보면 참 아쉽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밥먹듯이 해도 그것이 별로 즐겁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기는 것도 좋지만, 야구팬을 야구장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뭔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