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생일이 되면 사무실에서 책을 한권씩 선물해 줍니다. 올해는 또 어떤 책을 골라보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선은 <나무야 나무야>라는 짧은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신영복 교수가 무려 20년 20일의 옥살이 끝에 1988년 8.15 특별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사연있는 우리땅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흥을 글과 그림으로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출감 이후의 첫 에세이집에 담겨있는 스물 다섯 편의 글에는 우리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이 글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1995년 11월이었고,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1996년 9월의 일이었으니 무려 15년만에 뒤늦게 이 책을 읽게 된 셈입니다. 우리땅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이 책은 앞으로의 여행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자연이 선사해주는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아 보려는 욕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는 오랜 역사 속에서 그 땅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는 것처럼 우리땅에 대한 사랑이 좀더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신에게 띄우는 마지막 엽서를 앞에 두고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엽서 대신 파란색 색종이 한 장을 띄우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언젠가 이곳에 서서 강물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이 받은 색종이에 담긴 바다의 이야기를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의 국토와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 왔던 나의 작은 발길도
생각하면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여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마지막 엽서를 당신에 내게 띄울 몫으로 남겨두고 떠납니다.
강물이 바다에게 띄우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 강화도 북쪽 끝 철산리의 강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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