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19

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과 접하게 된다. 좋은 만남은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함성호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그렇다. 물론 건축가이자 시인이며 다재다능한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 권을 통해 내 삶의 폭이 지금껏 살아오던 것 보다는 좀더 넓어지게 된 것 같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서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책에 소개된 명작들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떠났었다. 책 몇 줄 읽는다고, 비슷하게만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서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건축가 함성호가 쓴 '반하는 건축'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 제목인 '반하는 건축'.. 2013. 1. 20.
작은 땅 내 집 짓기 - 20평 땅만 있어도 큰 집 지을 수 있다! 누군가 내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하고 싶냐고? 난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세상에서 그 꿈을 이룰 가능성도, 다시 태어날 가능성도 높지 않겠지만 죽기 전에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은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전하긴 하지만 몇해 전 내 집 짓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살기 편하다는 아파트를 버리고 나의 개성과 취향을 살릴 수 있고,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을 직접 창조해 낸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작은 땅 내 집 짓기'라는 책에 실려있는 스물 일곱 채의 집 속에는 수많은 이들의 꿈들이 현실로 표출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에 맞춰 내가 꿈꿔오던 단독주택을 직접 지은 일본의 평범한 27가족의 집을 구.. 2013. 1. 13.
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 거장들이 지은 8개의 집 이야기 만약 내세가 있어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인생의 꿈 가운데 하나도 좋은 터에 자리잡은 집을 한채 짓는 것이다. 아마도 그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집을 짓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 것이 분명하고, 지금의 내 벌이로 그 돈을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종이 위에 끄적거려 보고, 머릿 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려서 부터 존재하던 공상가적인 기질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무언가를 꿈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한편 괴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밋밋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건축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 2012. 8. 2.
책과 여행과 고양이 - 최병준의 여행공감 독특하게도 지은이의 서문이 없는 책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여행 담당기자로 살아온 최병준이라는 사람은 그래서 자신의 삶과도 같은 여행을 23개(엄밀히 셈하자면 24개)의 키워드로 표현해 냈다. 그 키워드를 책과 함께 풀어내는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에 책 제목도 '책과 여행과 고양이'로 뽑아냈던 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키워드로 그간의 경험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은 그간의 여행의 행로가 아직은 짧고 보잘 것 없기 때문이요, 그것을 담아낼 글솜씨도 사진 실력도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잘 다듬어진 글솜씨와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 한장한장이 부럽기만 하다. 공항은 여행을 향한 열정을 생산해 내는 곳이다. 공항은 연인과 비슷하.. 2012. 3. 19.
일흔일곱에 지은 우암의 공부방, 남간정사 충청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로 남간정사를 찾았다. 개인적으로 우암 송시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진으로 본 남간정사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마치 봄날같았던 햇살 덕분이었는지 다행히도 남간정사의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 있다. 바위를 흐르는 계류 위에 놓여져 있는 남간정사는 언제가 될 지 모를 첫 건축의 모델이 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이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남간정사와 기국정이 사이좋게 놓여 있고 그 앞에는 연못이 공간의 여백을 채워준다. 그리고 그 연못 가운데 작은 섬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이것은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봉래산을 상징하는 우리 전통 조경의 정형이기도 하고, 집이 들어설 자리의 풍광을 중요시하는 기호지방 성리학자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담장을 따라 한바.. 2012. 3. 12.
철학으로 읽는 옛집 일단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우리 옛집들이 지난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고 밖에. '집짓는 시인' 함성호가 쓰고 유동영이 사진을 찍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의 집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굳이 철학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유학의 좁은 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긴 유학, 그 중에서도 성리학을 빼고 우리의 철학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겠지만 노론 300년이 지배한 역사 탓에 사상과 학문, 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또다른 아픔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시작으로 조선.. 2012. 1. 14.
시(詩)로 지어진 건축, 회재 이언적의 옛집 독락당(獨樂堂) 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에 독락당이 맨 처음 소개되어 있습니다.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을 배향한 경주 옥산서원에 갔다 잠시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저 근처에 오래된 고택이 있으니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이었지 독락당이라는 건물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한결같이 깊은 맛이 없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잠시 스쳐지나 왔었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물론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에서 미리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독락당의 깊은 곳 구석구석까지, 혹은 독락당을 만들었던 회재 선생의 철학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독락당은 24세에 문과에 급제해 관직에.. 2012.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