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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8차전 리뷰 - 타격전으로 끝난 신인들의 선발 실험 무대

by 푸른가람 201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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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익과 정인욱을 놓고 벌인 양팀 감독들의 선발 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장민익과 정인욱 모두 2회를 채우지 못하고 초반 대량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는 대부분의 예상대로 화끈한 타격전으로 전개됐고, 나름 팽팽하게 진행되던 시소게임은 6회초 채태인의 큼지막한 쓰리런 홈런 한방으로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양팀 간의 게임차는 다시 1경기차로 줄어들었다.

정인욱은 5월 14일 넥센전에 이어 시즌 두번째로 선발 등판했지만 이번에도 투구내용은 신통찮았다. 넥센전에서 4이닝동안 9개의 안타와 6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무려 13실점(8자책)한 데 이어 어제 경기에서는 1이닝동안 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5실점(5자책)한 채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프로 2년차 신인에겐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이다. 넥센전 선발 실패 이후 정인욱 선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선동열감독은 다시 한번 정인욱에게 중요한 두산전에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처럼 선동열감독에게 정인욱은 그런 존재인 것일까. 물론 가능성은 충분한 재목임에 틀림없지만, 잇딴 실패가 자칫 정인욱에게 이겨내기 힘든 부담감과 패배의식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시즌 초반의 선발투수 5명 가운데 단 한명도 선발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챙겨준 선수가 없는 현실에서 정인욱 선발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배영수도 불펜으로 보직변경을 했고, 5이닝을 믿고 맡길만한 선발투수도 마땅히 눈에 띄지 않는다. 이우선, 차우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불펜진 가운데 한명을 선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불펜중심의 야구를 펼치는 선동열감독에게 씨알이 먹히지 않을 듯 싶다.

선발투수진의 부진 속에서도 타자들이 힘을 내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최형우, 오정복, 채태인이 중요한 고비마다 큰 것 한방씩을 날려준 덕분에 귀중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득점챤스를 무수히 날려버리며 삼성 잔루야구를 이끌었던 최형우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롯데 홍성흔과 펼치는 치열한 타점경쟁은 프로야구 흥행에도, 두 선수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량향상에도 분명 좋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의 전력 가운데 채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다. 채태인이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삼성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그가 중심타선의 한 자리를 든든히 채워주고, 1루를 든든히 지켜준 덕분에 삼성이 위기의 5월을 무사히 버텨내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정복도 간만에 시원한 홈런포를 터뜨리며 팬들에게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앞서 언급한 최형우, 채태인이야 지난 시즌 박석민과 더불어 삼성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선수들이니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오정복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영욱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1번타자로 뛰고 있지만, 그의 스윙 자체는 1번타자에도, 그의 체격에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오정복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9차전 선발투수로 두산은 임태훈을, 삼성은 장원삼을 각각 예고했다. 선발수업을 받고 있는 임태훈이 최근 등판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선 삼성이 조금 유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장원삼 역시 그다지 믿음직한 편은 아니다. 초반 분위기에 따라 오늘 경기도 예상밖의 타격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2위 싸움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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