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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문제는 오심(誤審)이 아니라 작심(作心)

by 푸른가람 2010.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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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LG와 두산과의 잠실경기에서 LG트윈스 박종훈감독이 퇴장을 당했더군요. 퇴장기록만 보자면 올시즌 네번째이지만, 감독으로선 처음 당한 불명예이지요. 함께 항의했던 김영직 수석코치도 함께 덕아웃을 떠나야 했는데요, 역시 이번에도 스트라이크죤을 넣고 벌어진 불행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6회초 2사후 정성훈의 타석때 발생했습니다. 볼카운트 1-1 상황에서 두산 선발 왈론드가 던진 세번째 공이 정성훈의 몸쪽 낮은 쪽으로 제구가 됐습니다. 조금 낮은 감이 있었지만 이날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권영철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합니다. 타자인 정성훈도 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으니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판정이었다고 봅니다.

덕아웃에서 박종훈감독이 나와 가벼운 어필을 하고 돌아갑니다. 약간의 언쟁은 있었지만, 야구경기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7구째 공 때문이었습니다. 어필의 발단이 되었던 세번째 공보다도 스트라이크 죤에서 빠진 공이었습니다만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해버립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박종훈감독이 득달같이 달려나와 항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 있자 권영철 주심은 기다렸다는듯 퇴장명령을 내린 것이지요.


퇴장 판정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고의든 아니든 규정상 심판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어긴 것이니까요.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던 세번째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도 LG로선 좀 억울하긴 하지만 참아야 했습니다. 올시즌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죤의 수혜를 왈론드가 받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볼과 스트라이크의 판정은 엄연히 심판의 고유권한이기도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경기의 일부인 '오심'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삼진아웃으로 이어졌던 마지막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명백한 '보복'성 판정이었다고 봅니다. 오심이 아니라 '작심'하고 박종훈감독에게 대놓고 도발한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초짜 감독 주제에 감히 심판에게 어필해? 맛좀 보여주자" 뭐 이런 속내였을까요? 오심은 없어야 하겠지만 심판도 인간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나온 것이겠지요.


그러나 작심하고 일방에게 불리한 판정을 하는 것은 안됩니다. 그라운드에서 심판의 권한을 절대적입니다. 야구처럼 심판의 힘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스포츠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만큼 그 하나하나의 판정에 있어서 공명정대함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물론 심판의 처우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그런 부분을 그라운드에서 정직하게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화풀이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KBO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오심문제에 대한 명확한 제재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심판들이 처해있는 근무여건이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심판들도 올시즌 유독 불거지고 있는 스트라이크죤 문제에 대해 선수나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을 해야 합니다. 심판의 판정은 사회에 있어서 '법'과 같습니다. 2010년 프로야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심판 판정 문제가 자칫 관중 600만 시대의 흥행몰이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야구계가 지혜를 몰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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