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하면 흔히들 '천년 고도'니 '노천 박물관'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많이 듣다보니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다. 경주에서 학창시절을 포함해 십수년을 살았던 내게 있어 경주는 '꽃의 도시'다. 봄이면 벚꽃을 시작으로, 이내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다. 경주 시내가 온통 꽃으로 가득찬 하나의 꽃밭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 꽃들은 화려하기는 하나, 오래가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꽃들이 지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을 대신할 꽃들이 지천으로 필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안압지앞의 너른 들은 연꽃으로 가득찬다. 경주의 연꽃은 원래 서출지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경주시에서는 관광객들이 볼거리를 위해 안압지앞에 넓은 연꽃밭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경주로 놀러온 겸에 연꽃구경까지 덤으로 하고 가는 분들도 있는 가하면, 아예 연꽃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맘먹고 경주에 오는 사진작가들도 많다. 연꽃이 만개하는 여름(통상 7월말-8월초쯤)이면 이 넓은 연꽃밭은 말그대로 '사람반, 연꽃반'이 될 정도다.
연꽃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벚꽃이나 유채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 꽃들이 요염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인네라고 한다면, 연꽃은 단아하고 정숙한 요조숙녀의 느낌이다. 하기사 불교에서는 연꽃을 진흙속에서도 고귀하고 청결한 꽃을 피우는 꽃이라 하여 귀히 여긴다. 마치 오염된 세속을 정화시켜주는 수도자의 모습을 닮았다 하겠다.
가을의 금계국과 코스모스도 꽃의 도시 경주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유채꽃이 만개한 반월성앞은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금계국과 코스모스의 차지가 된다. 분황사앞 황룡사지 당간지주가 놓여있는 곳에도 오래전부터 꽃단지를 조성해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환상적이다. 천년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도시, 경주가 선물하는 꽃선물을 계절마다 공짜로 즐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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