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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이승엽 마수걸이 홈런은 반갑지만

by 푸른가람 2009.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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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이승엽의 2009년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시즌 2차전에서 마침내 터졌다. 시범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터뜨렸기에 그 어느 해보다 개막전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승엽 또한 앞선 3년의 개막 3연전에서 예외없이 홈런을 신고했었다. 혹독한 2008년의 부진을 딛고, 이번 시즌 뭔가 달라진 모습을 심어주기 위한 한방이 필요했던 개막전에서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볼넷 1)로 부진했다.

그 누구보다 이승엽 본인이 초조했겠지만, 독점중계권을 따낸 SBS 스포츠채널의 조바심 또한 상당했던 것 같다. 이승엽이 기어이 자신의 올시즌 첫 홈런을 도쿄돔 좌중간 관중석으로 넘기는 순간 현장에서 중계하던 임용수 캐스터는 이내 표효했다. 이승엽의 '사부' 백인천 해설위원의 기쁨 또한 그에 못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보자. 국내 리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이승엽이 본진출을 선언했을 때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었다. 당초 꿈이라하던 메이저리거의 꿈을 버린 채, 돈을 쫓아 일본리그에 가려는 것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이승엽이었기에 팬들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고, 실망도 비례하여 증폭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팬들은 일본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주길 기대했다. 아시아기록인 시즌 56 홈런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을 일본리그에서 세워주길 바랬다. 그래서 진정한 아시아의 홈런왕에 등극한 후, 그에 걸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으리라는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시작은 너무나 초라했다. 일본 롯데에서의 치욕적인 플래툰 시스템 속에 제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없었다. 때로는 2군에 내려가야 하기도 했다. 국내 복귀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나기도 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요미우리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열린 것은 어찌보면 천운이었다. 때마침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그는 도쿄대첩의 주인공을 거쳐 마침내 세계 홈런왕의 자리에도 올랐다.

2006년과 2007년 그는 요미우리의 자랑스런 4번타자였다. 그의 홈런 소식에 고국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쉽게 홈런왕 타이틀은 놓쳤지만 내년엔 꼭 일본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의 부진은 뼈아팠다. 물론 이런저런 부상으로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었지만 외국인 용병의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올겨울 그토록 영광스럽게 생각하던 국가대표까지 사양하며 일본리그에 올인했다. 부상에서도 회복됐고,  그 어느 해보다 느낌도 좋다. 기다리던 마수걸이 홈런포도 터졌다. 이승엽의 홈런 소식은 분명 반갑지만 국내 프로리그를 생각하자니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

메이저리그가 좋고, 일본리그가 좋다해도,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여전히 국내 프로리그가 우선이다. 박찬호의 승리도 중요하고, 이승엽의 홈런도 기다려 진다.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TV로 보고도 싶지만 국내 프로리그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올해도 SBS 스포츠채널은 이승엽의 요미우리 경기를 독점중계한다고 한다. 지난 몇해 이승엽이 출장조차 하지 않는 요미우리 경기 중계하느라 국내 야구를 녹화중계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곳이 바로 SBS 스포츠채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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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청율도 중요하고 광고수입도 중요하다.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급했을테니 본전생각이 날 것이다. 그러나 팬들은 국내리그를 존중하지 않는 일본프로야구 전문중계채널이 반갑지 않다. 이승엽의 홈런퍼레이드를 그저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티즌들에게 SBS 스포츠채널은 JBS라는 애칭으로 불린지 오래다. 한때 호쾌하게만 들리던 임용수 캐스터의 샤우팅이 이제는 너무 오버스럽게 들리고, 너무나도 편파적인 요미우리 예찬에 민망하다. 그래서인지 요미우리 안티가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 SBS 스포츠채널 때문에 이승엽 안티마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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