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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또한번 기로에 선 2009년 선동열과 삼성 라이온즈

by 푸른가람 200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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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론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드디어 긴 동면을 끝내고 잠시후면 2009년 프로야구가 개막의 팡파레를 울린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의 흥분을 안고 야구장앞에 긴 행렬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영원한 우승후보이자, 단 한번의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았던 팀이 바로 삼성 라이온즈였다. 프로 초창기때에는 풍성하다 못해 과할 정도였던 7,80년대 대구야구의 야구인재 집합소였다 어느새 그저 돈으로 선수 사모아 기어이 한국시리즈 우승 한번 해보겠다던 '돈성'으로 타락했다지만, 삼성은 언제나 7개구단 '공공의 적'이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드라마틱한 명승부끝에 드디어 역사적인 한국시리즈 우승 맛을 본 삼성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국보 선동열을 감독으로 앉히고 '삼성 왕조' 건설에 호기롭게 나섰던 것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감독부임 첫해인 2005년 한국시리즈를 스윕하더니 그 다음해까지 프로야구판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였다. 1980년대 최강의 전력으로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요, 산이 높으면 골이 더욱 깊다 했던가. 특유의 선동열식 '지키는 야구'의 한계는 곧 드러났고, 그 후유증은 심각했다. 주축 투수들은 예외없이 부상에 시름시름 앓더니 수술대에 올랐다. 원조 뻥야구의 명성은 무참히 무너졌다. '삼점 라이온즈'라는 마땅찮은 별명까지 얻었다.

2007년과 2008년 삼성은 2년연속 4위에 머물렀다. 외국인 용병은 연달아 부도를 냈고, 향후 십년간은 4번타자 걱정이 없을 것 같았던 심정수는 부상으로 연일 자리를 비우더니 어느날 은퇴선언을 해버렸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오히려 4강에 턱걸이했다는 것만으로도 선동열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는 야구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못했다. 투수들의 혹사와 공격력의 끝없는 추락은 대구야구팬들의 마음을 떠나게 만들었다. 팀성적은 신통찮았어도 연일 야구장이 흥청댔던 시절과 비교해 대구의 야구열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 원인이 더이상 우승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 버린 대구시민의 배부른 투정 때문인지, 선동열 야구가 대구정서와 맞지않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삼성야구가 재미없다는 것'과 '대구구장 관중 너무 없다'는 것이다.

2009년 시즌을 맞는 선동열감독과 삼성 라이온즈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선감독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취임 일성으로 호언장담했던 "임기 5년내 3번 우승"을 달성해야 할 마지막 기회이고, 떠나간 대구야구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는 일에도 소홀할 수 없다.

삼성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년연속 4위라는 성적표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구단 고위층의 기대수준이 올해도 그 정도 수준에 맞춰질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도박사건 등으로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야구단으로선 뭔가 변화된 모습을 야구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상황은 다급한데 여건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역시 외국인 2명을 투수로 뽑았지만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이들이 '오버뮬러 - 톰 션'의 재판이 되는 날에는 삼성의 2009년도 암울할 수 밖에 없다. 한때 투수왕국을 꿈꿨던 선동열의 삼성호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현재로선 윤성환 정도 밖에 없다. 에이스 배영수는 예전의 강속구를 되찾지 못하고 기교파 투수가 되어 버렸고, 5선발 자리는 아직도 유동적이다. 오승환은 돌직구의 위력을 잃은지 이미 몇해가 되었고 회복 기미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떠나간 권오준의 빈자리는 휑하다. 권혁의 구위저하도 여전하다. WBC의 영웅 정현욱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공격력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나아진 듯 보인다. 무엇보다 똘똘한 신인 김상수의 출현이 고무적이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그가 보여준 타격재질과 주루능력은 분명 삼성 공격력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타격에 눈을 뜬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의 성장도 기대해 볼만하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양준혁의 체력,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박진만과 진갑용 등 베테랑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여부가 관건이다.

어쨌든 몇시간 뒤면 닫혀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승리의 희열을 줄 지, 패배의 아픔을 맛보게 해 줄지 알 수는 없겠지만 설령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그 아픔마저 감미로울 것이다. 새로운 감동의 드라마와 인생사 희노애락을 선사해 줄 2009년 프로야구. 올해도 잊지않고 다시 찾아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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