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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WBC 결승 진출, 대한민국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by 푸른가람 2009.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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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마침내 제2회 WBC대회 결승에 선착했다. 한국팀은 미국 LA 다져스타디움에서 열린 강팀 베네주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 윤석민의 호투와 경기 초반에 터진 추신수, 김태균의 홈런으로 10:2의 기분좋은 완승을 거뒀다. WBC에 메이저리그는 없었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회의적인 예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라인업이 내노라하는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베네주엘라는 버거운 대상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홈런타자들이 즐비한 타선을 우리 투수들이 과연 잘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K-로드' 프란시시코 로드리게스의 등판을 막기 위해서는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상승세가 주춤해진 김태균, 좀처럼 부진탈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대호와 추신수. 동갑내기 중심타자들의 활약여부도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팀이 처한 상황은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긴장감 속에 베네주엘라의 선공으로 준결승전은 시작됐고, 윤석민의 1회초 호투 속에 안개속에 가려져 있던 양팀의 전력은 서서히 우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작 큰 무대에서 긴장한 쪽은 베네주엘라였고, 한국팀 타자들은 계속되는 실책으로 우왕좌왕하는 상대의 빈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코칭스탭은 정근우에게 번트지시를 하지 않았다. 베네주엘라와의 경기는 한두점 만으로 쉽사리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강공으로 나선 정근우의 타구는 아쉽게도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끝나는 듯 싶었다. 베네주엘라 우익수는 골드글러브에 빛나는 어브레이유였기 때문이다.

그토록 평범해서 사회인야구 선수도 놓칠 수 없을 것 같았던 타구는 어브레이유의 글러브를 빠져 그라운드에 떨어졌고, 여유롭게 2루에 던져도 1루로 되돌아가던 이용규는 무난히 2루에서 아웃시킬 수 잇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베네주엘라 수비수들의 실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브레이유가 2루에 원바운드로 송구한 공을 유격수 스쿠타로가 다시 흘려 이용규가 기사회생한 것.

도저히 메이저리거의 수비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이 실책 하나로 경기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오고 말았다. 이어진 김현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한국팀은 이대호의 투수앞 빗맞은 타구로 2점째를 올리더니, 곧이어 추신수의 3점 홈런으로 단숨에 점수차를 5점으로 벌렸다. 2회에서도 김태균의 2점홈런이 터져 나오며 7:0. 사실상 경기 초반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으로 세계야구 정상에 올랐던 대한민국. 이번에는 메이저리거가 총망라된 16개국이 출전한 최강팀과의 진검승부에서 다시 한번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전력에 비해 그동안 저평가되어왔던 한국야구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똑똑히 알려줄 기회가 온 것이다. 한국야구는 겨우 '더블A나 트리플A 수준'이라던 저들의 콧대가 조금은 납작해졌겠지만 아직은 충분치 못한 것 같다. 우승의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매진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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