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개봉한 영화 '가을로' 덕분에 아름다운 우리땅을 새삼 많이 알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여정이 그다지 순탄치 않았음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돈, 무엇보다 열정이 소요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몇해 전과 같은 열정 하나로 카메라 달랑 들고 이땅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자신은 사실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전남 담양이다. 소쇄원과 이번에 소개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영화에 등장한다. 아마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메타세콰이어 길은 영화 제일 마지막에 등장했던 것 같다. 단풍이 정말로 아름답게 물든 가을의 이 길은 정말 하늘이 내린 경치였었다.
그 아름다운 화면속 풍경에 이끌려 이 길을 찾았지만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가을까지 기다리기가 지겨웠던지 서둘러 온 무더위를 뚫고 전라도 기행을 떠났었다. 수백리 길을 달려 이정표를 보고 지나던 행인에 길을 물어가며 새로 난 4차선 길 옆의 그 유명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에 드디어 당도할 수 있었다.
비록 가을의 아름다운 빛은 아닐지라도 그리 붐비지 않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내공이 부족해 멋진 사진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었다.
이 거리는 조성된지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당시만 해도 이 길이 지금처럼 유명한 명소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비록 의도되진 않았겠지만 그 선견지명(?) 덕분에 오늘도 메타세콰이어 거리를 검색하고, 주변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많을 것을 생각하면 담양군에서는 감사패라도 증정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 '가을로'에서 김지수가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담아내던 메타세콰이어 거리를 나도 다시 담아보고 싶다. 또한번 시간과 돈이 소요되겠지만, 하루하루 사그라드는 열정이 더이상 소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은 급선무일 것 같다.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거리가 그때까지 온전히 지금의 모습을 지켜주길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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