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마저도 마지막 왕조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에만 위치할 뿐이다. 지나치게 현대화된 도시 서울의 한복판에 남아있는 궁궐의 모습은 하늘은 향해 솟아있는 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초라한 모습이다. 퇴락한 왕조의 모습을 반영한다고나 할까.
그래도 조선의 정궁 경복궁이 그나마 궁궐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덕수궁은 그 규모나 위상에 있어서 소박하기만 하다.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6만 1,500㎡. 1963년에 사적 제 124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덕수궁 자체보다도 '덕수궁 돌담길'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의 노랫말에 나오는 "언덕밑 정동길"이 바로 이 곳이다.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으로 임진왜란 당시에 선조가 임시로 왕의 거처로 사용하면서 정궁이 되었다. 이후 광해군, 인조가 이곳에서 국왕으로 즉위하였고, 고종도 이곳에서 대한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관파천때 고종황제가 이곳을 피신한 이후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지위가 격상되었지만 덕수궁 외부에 위치하고 있는 중명전에서 훗날 을사조약에 체결되었으니 우리 만족의 슬픈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덕수궁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망해버린 지난 왕조의 궁궐은 서울 한복판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축물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관련자료를 검색해보지 않으면 그 연혁이나 역사적 사실 조차도 희미해져버린 지 오래다. 지난해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역시 한때에 불과했던 것 같다. 국어마저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나라이긴 하지만 언젠가 덕수궁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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